[토론회 첫날 이모지모] "장관들, 큰 소리 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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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일 대통령.장관.청와대 보좌진의 합숙토론회에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장관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신임 각료들에게 '장관론'을 강의했다.

그는 "(부하들이)'백날 열심히 해도 우리 장관은 끗발이 없어 안된다'는 얘기가 나와선 안된다"며 "공무원들이 의욕을 갖도록 큰소리 쳐라, 풍을 쳐라, '(아이디어를)가져만 와라, 누구와 박치기하더라도 바지 가랑이를 잡더라도 해낸다'고 큰소리를 치라"고 독려했다.

盧대통령은 해수부 장관 시절 어떻게 예산을 따냈는지를 '전수'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내가 민주당 부총재쯤 되니 힘 있고 하는 줄 알지만 진념(陳稔)부총리는 산전수전 겪고 내 머리 위에 있는데 내가 뭐라 해도 눌리나, 안 눌린다. 陳부총리는 움직일 가능성 없어 사무관을 설득했다. 장관도 실무자에겐 약한지 도장을 꽉 찍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여기 있는 기획예산처 장관(박봉흠)이 예산실장 때 술도 사고 했다. 접대술을 사는 사람이 기분좋아 먼저 정신을 잃어 신발을 바꿔 신고 집에 간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목에선 참석자들의 폭소가 터졌다.

그는 "모두들 노무현은 원리원칙밖에 모르고, 칼 같이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부하의)징계를 감하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부대끼고 했다. 동료들이 '잘못은 있지만 안됐구나'하는 사람을 냉정하게 자르면 섭섭한 장관이 될 수 있다"며 장관과 부하들의 일체감을 주문했다.

盧대통령은 "그렇다고 큰 잘못을 묻어둬선 안된다. 공직사회에서 쑥덕거림이 있는 사람은 절대 봐줘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관이 갈등 조정 능력을 발휘하려면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수부 직원들이 '정문에 어민들이 농성 중이니 뒷문으로 들어가라'고 해 '내가 죄졌느냐'며 그냥 들어갔다가 어민들과 삿대질하면서 싸움이 붙었다. 내가 성질이 좀 그렇지 않습니까. 결국 지고 올라왔다. 대화가 안통해 뒷문으로 들어갈 걸 싶었다. 장관실로 불러 또 싸웠다. 한참 얘기하니 그 어민도 분풀이를 했다고 생각했는지 별 일 없더라"고 체험담을 풀었다.

만찬 자리에서 진대제(陳大濟)정통부 장관이 강금실(康錦實)법무장관에게 "힘드시죠, 저도 계속 혼나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건넸고, 盧대통령은 康장관을 '철의 여인'으로 치켜세웠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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