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정착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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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30일에는 대 고객 매도율이 「달러」당 3백96원70전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환율은 매일 10전∼30전씩 올라 지난 5개월간에 6%라는 이례적인 상승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국제수지사정으로 보아 당국은 이 같은 방법으로 환율의 현실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환율이 국내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몇 가지 문제점을 분명히 하고서 환율정책을 다뤄야 하겠음을 우리는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환율을 어느 선에서 정착시킬 것이며, 그 선에서 안정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가고 있느냐에 대해서 깊은 검토와 자신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솔직히 말하여 환율과 물가는 오늘날 악순환과정에 접어들고 있는 느낌이 짙은데, 그러한 악순환을 단절시킬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환율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지나친 모험이 따르는 정책이 될 공산이 짙은 것이다. 그러므로 당국은 환율을 어느 선에서 정착시킬 것이며, 또 그 정착을 위해 필요한 보완조치는 충분히 마련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당국은 환율인상과 여타정책간의 관계를 어떻게 연관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제 차분히 검토해야할 시점을 맞이했음을 직시해야 하겠다.
환율인상은 수입억제와 수출촉진에 기여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또 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산업 구조하에서는 그것이 원가상승 물가상승을 촉진하고, 나아가 외채 부담률을 높여 금융교란요인을 형성시킨다는 단점도 내포하고 있음은 의심할 서지가 없다. 따라서 환율인상의 득실은 어느 쪽도 경시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므로 환율문제를 자칫 잘못 다루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모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예상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환율문제를 단순한 국제수지대책으로서만 생각해서는 아니 되겠다는 것이며, 차 원 높은 종합정책의 일환으로 다뤄야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끝으로 환율을 결정하는데 있어 물가 상승 율만 들추는 기계적 사고방식은 이를 지양해야 하겠음을 우리는 강조하고자한다.
물론 물가가 상승했으니 그만큼 환율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가 상승 율을 환율에 전적으로 반영시킨다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제구조로 보아 물가가 다시 환율 때문에 오른다는 모순을 극복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환율과 물가의 순환논리에 빠져들지 않을 충분한 정책적 안목이 이 시점에서 절실히 요청된다는 것이다.
즉 물가와 환율, 그리고 생산성간의 관계를 적절히 결합시켜 정책을 체계적으로 전개시켜 간다면 생산성 향상 효과로써 능히 환율인상 효과를 대체시킬 수 있는 여지는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 생산성제고를 위한 산업정책을 소홀히 하는 한 환율과 물가의 악순환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금융 면과 기업부실화라는 면에서 많은 애로를 자초하게 될 것임을 당국은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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