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최고수뇌의 인사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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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30일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및 차장, 제1·제2 군사령관, 합참 본부장, 육사교장 등 육군 최고수뇌들의 대폭적인 인사 이동을 단행했다. 우선 그 명단을 보면 오는 8월6일로 임기가 끝나는 심흥선 합참의장의 후임으로 한신 제1군사령관이 임명되었고, 8월31일로 임기가 끝나는 서종철 참모총장의 후임으로 노재현 현 참모차장이 그 뒤를 잇게되었다.
그밖에도 참모차장에는 이민우 중장, 제1군사령관엔 최세인 중장, 제2군사령관엔 박원근 중장, 합참본부장엔 이병형 중장, 육사교장엔 최우근 중장이 각각 임명됐으며 이로써 서종철·심흥선·채명신 장군 등은 예비역에 편입되어 군문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 인사 이동은 심 합참의장과 서 참모총장의 임기만료와 채 제2군사령관의 계급 정년에 따른 정례적인 수뇌이동으로 벌써부터 어느 정도는 예측되어 오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이동이 임기를 아직도 몇 달 남겨둔 채 갑작스레 단행된 점은 관례를 깨뜨리는 것으로서 우선 주목할만한 일이라 하겠다.
또 이번 인사에서 참모차장이 곧 참모총장으로 승진한 것은 군인사의 정「코스」를 밟게 했다는 점에서 잘된 일이라 하겠지만, 종래 우리 나라에서 세워졌던 제1군사령관을 역임한 자가 총장으로 임명되던 관례가 깨진 점에서는 약간 이례적인 인사였다고도 볼 수 있다. 또 이번 인사의 또 하나의 특색은 출신기별 서열이 무너지고 2기생들을 뛰어 넘어 3기 출신장성들의 진출이 현저했다는 점에서도 예상을 뒤엎은 것이라 하겠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참모의장, 육군참모총장의 지위는 군의 지휘 서열상 최고위를 차지하는 중책이며, 국민의 입장에서는 우선 그 자제들로써 구성된 수십만 대군의 생명관리의 총 책임자요, 또 외적으로부터의 침략적 위협에 대해서 국가와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있다는 데서 그 지위에 대한 국민적 존경과 기대는 매우 큰 것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인사 이동을 통해 특히 창군이래 혁혁한 공훈을 쌓고 퇴임하는 전기 세 장성의 업적을 높이 치하하는 동시에, 신임수뇌들에 대해서는 배전의 건투를 진심으로 축복하고자한다.
새삼스럽게 중언할 필요도 없이 심 합참의장은 우리국군의 비약적 전력증강의 초석이 될 군사외교를 추진하는데 있어 탁월한 공을 남겼으며, 서 참모총장은 1·21사태 이래의 격동하는 국내외 정세하 우리 야전군의 총수인 1군사령관으로부터 육군참모차장, 참모총장직 등을 역임하면서 국군전투력을 비약적으로 강화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했었다.
채 2군사령관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해외 원정군인 파월 국군맹호사단장과 주월군사령관을 거쳐 2군사령관을 역임하면서 국군의 용명을 국내외에 크게 떨친 분으로서 국민은 그의 이름을 길이 기억할 것이다.
이제 육군고위 수뇌의 이동과 더불어 국민의 기대는 당연히 60만 국군의 지휘권을 이어받은 신임수뇌에 쏠리지 않을 수 없으며, 이 기회에 우리는 몇 가지 특히 당부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먼저 새 육군수뇌들에 대해서 국민이 걸고 있는 특별한 기대는 격동하는 국내외정세 하 자유세계 제2위의 막강한 군대로서의 우리 육군이 일사불란한 군기 밑에 국민의 군대로서의 명예와 전통을 더욱 선양해 달라는 것이다.
국민의 군대로서의 경애를 모으고, 막강한 전투력을 갖춘 군대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지휘관들의 탁월한 지휘통솔력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탁월한 「리더쉽」의 원천은 위로는 장성들로부터 아래로는 일개 사병에 이르기까지 전 장병사이에서 엄격한 군기가 지켜지고 이 군기를 중심으로 하여 전원일치 생사를 초월한 협동단결이 이루어지는 데서만 가능할 것이다. 지휘관은 군의 핵심으로서 항상 왕성한 책임감과 공고한 의지로써 그 직책을 완수하는 동시에 고매한 덕성과 산악과 같은 무거움으로 군내 외의 신뢰를 받지 않으면 안될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수십만 대군 가운데는 일어촉수 격으로 탈선 군인이 전혀 없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다시 불미스런, 군 관계 사고들이 속출하고 있음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 하나 하나의 사고에는 물론 직접·간접의 원인들이 숨어있는 것이지만, 이번 수뇌이동의 새바람과 함께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서의 그 명예스런 전통을 회복하는데 있어 뼈를 깎는 한이 있더라도 일대자가 숙정을 단행함으로써 군 전체의 사기를 높이고 호국의 간성으로서의 막강한 전투력을 함양하는데 더 한층의 분발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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