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암기광 「명곡의 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에서 유능한 신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암기광(이와사끼·고오)의 한국 「데뷔」연주.
임원식 지휘의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인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이 첫선을 보인 곡목이다.
마치 「바이얼린」을 다루듯 경묘하게 구사해 가는 「첼로」의 능숙한 기법도 그러려니와 28세라는 연령의 세대관념을 극복한 세련된 그의 음악성이 놀랍다.
아직 젊은 탓인지 깊은 내공 성이나 강렬한 표출력, 그리고 호소해오는 폭은 적지만 「첼로」의 음역에서 오는 음색의 변화를 잘 「컨트롤」해서 통일 시켜 가는 세련된 감각이나 기교위주가 아니라 곡 상과 밀착한 견실한 연주에서 그의 고도의 소양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특질은 미끈하고 유창하게 흐르는 선율의 밀도 있는 조형성, 그리고 명쾌하고 신선한 음 감각일 것이다. 「드보르작」 『「첼로」협주곡』은 낭만적인 표정이 모자라지만 대단한 열연으로서 구성력 있는 제1악장, 주제를 잘 노래시킨 제2악장, 생기 있는 곡상을 파악한 제3악장 등 뛰어난 연주기능을 과시해 주었다.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서곡은 소리는 웅장하게 잘 울려주었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관이 좀더 깨끗하고 유화한 음색으로 다듬어야겠고 현과 관의 「밸런스」, 명확한 「리듬」감 등 보다 전체를 통어하는 자제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형주 음악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