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배상액 왜 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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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이(左), 손담비(右)

애프터스쿨 유이는 500만원, 배우 조여정과 가수 손담비는 300만원.

 법원이 자신의 사진이 홍보용 인터넷 사이트에 의해 무단 사용돼 피해를 봤다는 연예인들에게 서로 다른 금액의 배상 판결을 했다. 인기나 사용된 사진의 양에 따라 산출된 금액이 아니다. 퍼블리시티권(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명인의 얼굴이나 이름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산권)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재판부의 생각에 따라 금액 차이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정혜원 판사는 22일 병원 홍보용 인터넷 블로그에 ‘청순한 모습의 손담비’ 등의 제목으로 사진 12장을 사용한 서울 마포구 소재 한 피부과 병원 박모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 판사는 “법규정이나 판례가 없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초상권 침해는 인정되므로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밝혔다.

 같은 법원 민사90단독 이은혜 판사는 조씨의 비키니 사진 등을 블로그에 게재한 화장품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해상 소송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고 초상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300만원만 선고했다.

 반면 유이의 소송을 맡은 같은 법원 민사93단독 김진혜 판사는 “초상권 등이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퍼블리시티권도 인정된다”며 사진을 무단 사용한 서울 서초구 소재 한의원장 신모씨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안희길 서울중앙지법 민사공보관은 “초상권과 다른 성격인 퍼블리시티권 인정과 관련해 아직 대법원의 명시적 판례가 없어 재판부별로 다른 판단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연예인들의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키이스트 등 대형 기획사 6곳은 ‘UAM’이라는 별도의 국제에이전시를 구성했다. UAM은 소속 연예인 59명을 대리해 ‘수애 가방’ ‘제시카 목걸이’처럼 이름이나 사진을 무단 사용한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이고 인터넷 포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쇼핑몰들이 쉽게 검색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주지방법원 민사2부(부장 안동범)는 이들 연예인이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재판이 다음 달 12일 열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1인당 1000만원씩 5억9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네이버와 네이트 등 다른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박민제·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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