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불량이 빚는 윤화, 96%가 「브레이크」 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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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비 불량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는 거의가 「브레이크」 고장 때문이며, 이는 운수 업자들이 값이 싸고 조잡한 조립 「브레이크」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분석한 올해 교통 안전 백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정비 불량으로 일어난 교통사고 5백31건(서울의 경우) 가운데 「브레이크」 고장이 5백 11건으로 전체의 96%였다. 이 같은 표본 분석에 따라 경찰은 25일 국내산 「브레이크」 부속품에 대해 전국적으로 보다 철저한 품질 검사를 실시해 줄 것을 관계 당국에 건의하고 규격품의 사후 관리 강화 등 정비 불량 사고를 막기 위한 종합 안전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경찰의 교통사고 원인별 분석을 보면 「브레이크」 고장 5백 11건 가운데 「브레이크·파이프」 파열이 1백 86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브레이크·호스」 파손 1백 86건, 「브레이크·페들」 연결 부분 고장 92건, 「휠·실린더」 고장 45건, 「마스터·실린더」 고장 30건, 나머지 부분 고장 42건의 순으로 돼 있다.
경찰의 사고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고 부품은 대부분이 국내 생산품으로 ⓛ상공부 고시 규격에 규정된 재료를 쓰지 않아 처음부터 제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만들어진 것이거나 ②사용 연한이 지난 것 ③무허가 업소에서 제조된 값싼 제품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밝힌 불량품의 유형을 보면 「마스터·실린더」 ,「휠·실린더」 및 「브레이크· 파이프」의 경우, 상공부 고시 규격품인 회주철(탄소·규소·망간·인·유황의 혼합제)을 사용, 1평방cm당 최고 1천 80kg의 유압을 견디어 낼 수 있게 만들도록 돼 있으나 시중의 불량품은 고철을 녹여 만든 것으로 규정된 유압에 견디지 못하고 쉽게 파열되거나 고철을 녹일 때 생긴 기포와 흠집 등에 먼지·모래 등 이물질이 끼여 기름이 새는 등 고장을 자주 일으키고 수명도 짧은 것으로 돼 있다.
또 「브레이크·호스」와 「피스턴·캡」의 경우, 국제 특허품인 내유성 고무로 만들도록 규정돼 있지만 불량 제품은 값싼 재생 고무나 천연고무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이밖에도 각 부품의 연결 나사 못·「브레이크·오일」등도 불량품이 많아 사고의 큰 원인이 된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들 불량품은 대부분 값이 싼 데다가 중간 판매 업소가 얻는 이윤도 많아 상인들은 위험한 줄 알면서도 소비자들에게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스터·실린더」 의 경우 규격품은 소형 자동차용이 1천 2백원인데 비해 불량품은 6∼7백원에 팔리고 있으며 「피스턴·캡」은 규격품이 15∼20원인데 비해 불량품은 2∼3원에 시판되고 있다. 국내의 상공부 지정 생산 업체로 등록된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는 12개 업소. 이들 업체에서는 제품을 한국 자동차 공업 협동조합을 통해 상공부의 검사를 받은 뒤 시판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 부속상에는 철공소 등 무허가 업소에서 만들어 낸 값싼 불량 제품이 규격품과 나란히 진열 돼 팔리고 있다.
이 「백서」에서는 또한 정비 불량 사고 차량 가운데는 검사 후 3개월 미만의 차량이 62%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는 검사 업무와 각종 정비 점검이 철저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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