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산하의 망향 달래|임동권 <국악 예술 학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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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요를 가리켜 천성이며 마음의 표백이라고 한다. 즉 만인의 심금에 울려 공감 아래 불러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최된 황해 민요 발표회는 그런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이북에 두고 온 산천을 가볼 수는 없으나 고향을 잊지 못해서 공감에 찬 민요를 집대성하여 장장 5시간에 걸쳐 32종이나 발표했다는데 더욱 의미가 있다.
이즈음 문화재 전승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유형 문화재가 해외에 반출되는가 하면 근대화를 빙자해서 파괴되고 있다. 또 무형 문화재는 문명의 그늘 속에 보이지 않게 소멸 돼 가고 있다.
물질 문명에 대한 지나친 도취는 전통적인 전승 문화를 멸시 또는 소홀히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현대인의 마음속에 있어서 모처럼 전승된 민족 문화 유산을 함부로 버리고 있어서 애석하기 짝이 없다.
「주체 의식」을 찾는다든가 「국적 있는 교육관」을 세우는 것이 주장되는 현실에 있어서는 고유문화에 등한히 하는 것은 많은 반성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
만인에 공감을 주고 천성으로서 민요, 민성으로서의 민요를 듣기 어렵게 된 것은 그만큼 우리의 생할 속에서 민요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의 변천이라 할지라도 전통 문학의 소멸은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려받은 문화 유산을 소멸시킨 책임을 면치 못한다.
이번 발표된 민요가 황해 민요의 전부는 아니다. 숱한 민요 중에서 전승자를 찾을 수 있는 것에서 다시 시간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그 일부만 발췌 한데 불과하다.
국토 분단으로 전승자가 분산되어 있고 또 이향 한지 20여년이 되니 기억에서 사라진 것도 많다. 따라서 발표가 가능한 것 중에서 고른 셈이다.
32종의 민요 중에서 『산타녕』 『난봉가』 『몽금포 타령』 『배따라기』 『방아타령』처럼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것도 있으나 지금은 이향 했으나 현지에서 부르던 그 가락으로 재연했다는데 특색이 있었다. 더욱이 『대꼬 타령』 『용드레 소리』 『푸직이』 『나니가타령』 『싸름 타령』은 새로 찾아내어 소개된 것으로 이채로웠다.
무형 문화재의 보존은 현상을 유지하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노력이 있어야 하는바 그러한 성의와 노력의 흔적이 있어 좋았다. 다만 『양산도』 『변강쇠 타령』이 그 고장의 고유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고 사설 가운데 시사적인 것이 삽용 되는 것은 원형 전승이란 점에서 검토되어야 할 문제이다.
현대는 과거에 외면하고 고향에 외면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거와 고향을 찾고 그 속에서 문화 전승을 시도한 것은 매우 장한 일이다. 더욱이 현실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어느 고장에서도 아직 실천치 않은 일을 해냈으며 국토 통일이 갈망되는 이 시기에 알맞은 일 이었다.
주최측 황해도 민속 예술 보존회의 이 문화 보존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런 대회가 자주 계승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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