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자살 소식…믿으려 하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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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수영 주 「프랑스」 대사의 사인이 가정 불화로 인한 자살로 밝혀진 24일 상오 이 대사의 형 이하영씨 집인 서울 영등포구 상도동 126의53 국민주택 56호에는 이 대사의 누님인 이의영씨(64)와 이 대사의 형수 최순식씨(60)만이 근심스런 얼굴로 집을 지키고 있다가 자살 소식을 듣고 『그럴 리가 없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깜짝 놀라며 『혹시 추측이 아니냐』며 되묻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의영씨에 의하면 이 대사는 51년 1·4후퇴 때 부산에서 첫 번째 부인을 병으로 잃은 다음 현재의 한명덕씨(51)와 재혼, 지금 「프랑스」에 있는 막내 종일군(16)을 얻었다는데 『서울에 있을 때나 「프랑스」에 간 후에도 가정불화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사의 친형 이하영씨(63·평북 지사)는 외무부와 「파리」의 미망인 한명덕 여사, 서울 신촌에 사는 사돈(이 대사의 처제)댁을 통해서 잇달아 전해지는 비보를 받고도 믿어지지 않아 두 번이나 「파리」에 전화를 걸고서야 비보를 확인, 원주에서 군 복무 중인 이수영씨의 큰아들 영일군(24)과 같이 23일 하오 6시20분 JAL편으로 「파리」로 떠났다고 이씨는 25일 중 「파리」에 도착하면 하루 먼저 간 윤하정씨 등 외무부 관계자와 협의, 유해를 운구하여 27일 정오 서울에 돌아올 예정이다.
「이 대사의 별세」의 첫 소식이 이하영씨 집에 전해진 것은 22일 하오 5시께였다. 주 「프랑스」 대사관의 보고를 받은 외무부에서 즉시 연락이 있었고 조금 뒤 이 대사의 부인 한명덕 여사가 국제 전화로 직접 알려 왔고 그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2의147에 사는 한명덕 여사의 친동생 한명선씨 집에서도 국제 전화가 있었는데 한명덕 여사는 이 전화에서 이하영씨 더러 「파리」에 와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이 전화를 받은 한명선씨가 하오 6시를 전후하여 이하영씨 댁에 전화 연락을 하는 것으로 사망 소식이 차츰 전해졌다.
이하영씨는 너무나 갑작스런 일에 말이 막혔으나 제일 먼저 원주에서 군복무 중인 그의 큰아들 영일군에게 알리고 외무부와 연락, 출국 수속을 착수했지만 그러면서도 동생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아 22일 밤에 두 번이나 「파리」에 전화를 걸어 경위를 알아보고 뒤처리를 소상히 지시하고 떠났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바로 이웃에 따로 사는 아버지 이익항 옹(86)에게도 전해졌으나 앓고 있다는 것으로 얼버무려 아직도 모른다고 측근에서 말했다.
이하영씨는 23일 하오 떠나면서 유해가 서울에 오면 우선 내 집에 안치하겠다고 말하고 장례식 절차 등은 유해 도착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하영씨 댁에는 친척들이 모였으나 「파리」에서 분향 등 장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서 서울에서는 유해가 도착하는 27일 아침에 빈소를 차리기로 하고 준비중이다.
고 이 대사의 유족은 미망인 한 여사와 장남 영일군(24) 장녀 마리양(22) 2남 종일군(16) 등 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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