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장기 집권의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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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장덕상특파원】오는 23일 실시되는 구주 공동체 확대를 위한 국민투표에서 「퐁피두」 대통령의 승리는 확실시되고 있다. 공산당의 「반대」, 사회당의 「기권」을 제외하면 모든 정권이 제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퐁피두」가 지난 16일 기자 회견을 통해 EEC 확대를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발표하자 국내외 여야를 막론하고 여론은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의회에서 여당이 절대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어 EEC 확대 비준이 쉽게 넘어갈텐데 왜 국민투표를 해야만 하느냐는 것이 첫 반응. 「퐁피두」의 결심의 이유는 국내 및 대외적 이유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EEC 건설에 기선을 잡고 있는 「퐁피두」가 오는 10월 「파리」10개국 정상 회담을 앞두고 국민의 다수 지지를 얻어 계속 「유럽」건설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욕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퐁피두」의 이번 결정은 국내 사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1969년 집권이래 2년 동안 비교적 평온하던 불 정정이 금년 초에 접어들면서부터 「르노」 국영 자동차 공장의 파업을 비롯, 여러 국영기업체의 노동쟁의는 다시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고 공산당과 사회당 및 급진당 등 야당이 경제 성장의 둔화, 물가상승 등을 들어 대 정부 공격에 나섰다.
특히 지난 2월 「샤방-델마스」수상의 「탈세」혐의로 정부는 신임을 많이 잃어버렸다.
「퐁피두」는 이상 두 가지 국내외 문제에서 모두 승산을 계산했던 것이다. 「브란트」 내각이 독소, 독파 조약 비준을 앞두고 의회에서 고전하고 있고 「히드」 정권이 『우리도 국민 투표를 하자』는 야당 부와 국민 여론의 공세에 몰리고 있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승리가 확실시되는 「퐁피두」는 국민투표를 왜 안 하겠는가?
공산당은 지난 3월16일 「프랑스」 국민의 장래가 달려 있는 영국 등 4개국의 구공체 가입을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말한 「퐁피두」 대통령의 기자 회견이 끝나자 바로 『내수용』이라고 공격, 「반대」할 뜻을 명백히 했다. 소련의 영향을 크게 받는 「프랑스」 공산당은 구공시를 지금까지 인정치 않고 구주 통합을 반대해 온 입장을 계속 밀기로 결정했다. 이에 반해 구주 통합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사회주의적 방향이 아닌 현재의 「부르좌」적 「유럽」통합은 찬성할 수 없다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미테랑」의 사회당은 기권밖에 선택할 길이 없다.
그래서 「퐁피두」 발표가 있은 후 국민투표에서 연합 전선을 펴기로 합의한 공산당과 사회당의 합동 전략의 꿈은 사흘이 못 가 깨어지고 말았다. 공산당이 기관지 「뤼마니테」에다 사회당이 비협조적이라 연합 작전의 꿈이 깨어졌다고 양당 간부회의 경위를 자세히 폭로해 버리자 사회당은 역시 기관지 「뤼니테」에다 『공산당은 처음부터 야당 연합 전선보다는 「반대」한다는 태도에 일보의 양보도 없고, 좌익의 「헤게모니」장악에만 급급하다』고 응수, 양당은 연합은 커녕 열띤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기권할 것으로 예상되던 급진당의 「세르방·슈레베르」 당수가 6일 연설하기로 태도 결정을 했고, 중도 민주파 「르카뉘에」 당수도 「유럽」엔 찬성이나 현 정권엔 반대』라는 조건부 찬성쪽에 섰다.
여당인 공화국 민주 연합과 「지스카르·데스뎅」의 독립 공화파는 무조건 찬성을 표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국내적으로는 국민투표「이슈」로 공산당과 사회당이 명년 3월 총선을 앞두고 접근을 시도하다가 완전 결별해 버렸고, 현 정권 타도를 부르짖는 중간파가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다 「유럽」 통합엔 어쩔 수 없이 찬성하게 되었으니 「퐁피두」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셈.
여당 안에서는 3월 총선을 바라보며 조성되고 있던 파벌 운동이 약화해 버려 집권당의 단결은 오히려 강화되고 야당의 대 정부 공격은 방향이 흐려졌다.
지난달 22∼28일에 실시된 한 여론 조사는 국민투표에서 찬성 45%, 반대 8%, 기권 31%를 예언했으나 그동안 태도가 명백치 않았던 급진당 중도파들이 6일 이후 찬성쪽으로 확정됐으므로 찬성표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4월 국민투표에서 압승을 거두고 10월 「파리」의 EEC 10개국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끝나면 정부의 신임은 완전 회복되고 내년 3월 총선에서의 여당의 대승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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