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아를 위한 특수 지도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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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교부가 73학년도 2학기부터 전국 중학교에 능력별 학급편성을 인정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은 종래의 금지 방침을 완전히 바꾸는 것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민관식 문교부 장관은 19일 능력별 학급 편성이 종래의 우열반 편성 개념과는 다소 달리 「우」반이 없고 학습 지진아를 위한 특수 교육 내지 특수 지도 방법의 하나라고 전재하고 현실을 무시한 현재의 학급 편성 방침을 개선한다는 원칙 아래 내년 1학기까지 계속 연구 검토 과정을 반복하겠다고 말했다.
문교부의 정책 전환 방침에 대해 일선 교사와 교육학자들은 대체로 찬성의 뜻을 표했으나 세부적인 실시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 사대 김종철 교수는 능력별 학급편성 자체에 대해서는 반민주적 체제, 학업 성취 위주 등 역효과가 지적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중등 교육기관의 90%이상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능력별 반 편성을 하고 있는 등 개인차가 심한 집단의 지도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고 찬의를 표했다.
김 교수는 현재와 같이 획일적으로 능력별 학급편성을 금지하는 것 등은 정부 당국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면서 단지 인정하는 선으로 방향을 정하고 교육 외적 여건을 감안, 과목별 협력 학급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했다.
경희대 한공우 교수는 아무리 학급 이름을 「향상」 또는 「협력」학급이라고 할지라도 열등반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시행 상에 여러 가지 잡음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과 함께 적성 개발 문제를 아울러 다룰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급 편성도 1년 단위로 할 것이 아니라 6개월 단위로 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사대 이영덕 교수도 학부모의 이해를 통한 합의가 선행 조건이 되어야 하며 학생의 발전도에 따라 학급을 재편성할 수 있는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김재은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학습 지진 학생의 지도는 국민학교 시기부터 시작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정책적 대비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전제, 학습 지진아의 무조건 추첨 입학을 내용으로 한 중학교 입시 제도와 이에 관련된 국민학교 교육상의 맹점을 찾아 시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험 학교 관계자들은 능력별 학급편성의 문제점으로 ⓛ지도상의 과중한 사무량 ②학생의 열등 의식 ③학급 「리더」 의 부재에 따른 학생 통솔 상의 문제점 ④학부모의 이해 부족 등을 들고 있다.
대신 중 우도범 교감은 경험적으로 능력별 학급 편성이 성적 상승에 효과적이었으나 중학교 교육이 고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연적으로 우수반 편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생활지도면에서 볼 때 대체로 지진아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어서 교육 외적 여건으로 보아 문제점이 있으며 교사들도 지진아 학급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대 「인간 발달 연구소」 연구 결과도 지진아 중 44·7%가 빈곤한 환경에, 부모 교육열 부족이 13·5%, 편모 밑이 10·4%, 부모 별거 5·8%, 고아 2·4%로 나타났다.
문교 당국은 능력별 학급 편성의 일반화에 앞서 교재 준비, 교사 훈련, 학급 편제 개편 등 행정·재정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일선 실무자와 교육학자들이 주장하는 문제점의 최대 공약수를 찾는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돈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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