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육제도는] 독일 공교육의 버팀목 교사, 그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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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공교육의 힘은 교사에게서 나온다. 독일 학부모가 대부분 공립학교에 보내고, 아이 진로에 관한 결정을 맡기는 것도 교사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독일 학교에선 교사의 태도와 수업 방식을 학생이 공개적으로 평가할 만큼 토론문화가 생활 속에 녹아 있다. 하지만 시험 출제와 성적 평가와 관련해선 교사의 전문 영역을 존중한다. 평가 방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부모가 거의 없다고 한다.

 재미있는 예가 있다. 독일 대학은 한국 고 2, 3학년에 해당하는 11, 12학년 내신성적과 아비투어(독일 대학 입학 시험) 성적을 각각 300점씩 총 900점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아비투어는 한국 수능처럼 누구나 같은 날 치르는 게 아니다. 심지어 문제도 시험 날짜에 따라 제각각이다. 각 주 교육부가 만든 문제를 각 학교가 골라 치르게 하기 때문이다. 학교뿐 아니라 학생도 선택권이 있다. 학교가 제시한 문제 중에서 골라서 시험을 본다. 결국 독일의 모든 학생이 문제가 다 다른 셈이다.

 그렇다면 채점은 어떻게 할까. 문제는 학생마다 제각각이고, 전부 논술형·논증형이니 말이다. 특히 채점을 학생이 속한 학교 교사가 하는데 공정성 시비는 없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아비투어 성적과 관련해 부정 사례가 드러난 적은 없다.

 이유는 대학 평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뮌헨대학 등 유명 대학도 있다. 하지만 대학 순위 없이 수준이 비슷하다. 한국처럼 특정 대학을 가겠다고 난리칠 이유가 없는 거다. 일부는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 살고 싶어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거주지 인근 대학으로 진학한다. 취업시장에서도 대학보다 전공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전공 목표는 일찍 세우지만 특정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경쟁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교사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다. 독일 대학은 졸업하기 어려운 걸로 유명하다. 학사와 석·박사를 모두 마치는 데 15년 넘게 걸리는 사람도 많다. 교사 양성 과정인 사범대도 마찬가지다. 독일 교사는 보통 두 과목을 가르친다. 수학과 물리를 전공하기도 하고, 수학과 음악을 가르치기도 한다. 사범대에서 최소 두 과목 이상을 전공한다는 얘기다.

 독일에선 한국처럼 임용고시 성적만으로 공립학교 교사가 될 수 없다. 과정이 복잡하다. 사범대 졸업 과정 자체가 1차 국가고시다. 대학 성적은 물론 공개 평가 등의 방식으로 교습 능력을 전반적으로 평가받는다. 사범대 졸업, 즉 1차 국가고시를 통과해도 그 다음 과정이 험난하다. 최소 1년6개월 이상 일선 학교에서 예비교사로 근무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학교장과 동료 교사, 지역 교육청이 평가해 교사 자격이 있는지 판단한다. 이때 해당 학교 학생과 학부모 의견까지 참고한다. 이 단계가 2차 국가고시다. 이를 통과해야 비로소 정교사 자격증이 주어진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다. 일선 학교 교사 채용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을 뿐이다. 각 학교의 교사 채용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그 후로도 4년 단위로 지역 교육청에서 정기 감사를 한다. 최소한 4년 단위로 교사 자격을 검증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믿음은 이런 제도가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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