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짜릿한 후원, F1 그랑프리 우승컵 휩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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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바스찬 베텔이 올 시즌 F1 일정을 다 마치기도 전에 드라이버 챔피언을 확정지었다. 동시에 4년 연속 최연소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인피니티와 F1의 만남이 화제다. 올해 드라이버와 제작자로 나뉜 두 개 부문에서 동시에 우승했기 때문이다. 오는 22~24일 브라질에서의 올 시즌 마지막 경주를 남기고 거둔 결실이라 더 관심을 모았다. 이 팀의 간판 드라이버 세바스찬 베텔은 10월 인도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면서 시즌 챔피언을 확정지었다. 4년 연속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F1은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1950년 처음 시작됐다. 해마다 한국을 포함, 아시아와 유럽·북남미· 호주 등 전 세계를 돌며 진행한다. 올해의 경우 19번의 경주를 치른다. F1엔 300여 개의 기업이 스폰서로 나선 상태. 광고 효과 때문이다. 가령 경기장엔 연간 400만 명의 관람객이 몰린다. 또 경기는 188개국에 중계돼 연간 6억 명이 시청한다.

 현재 F1엔 총 11개의 팀이 있다. 한 팀당 15~17개의 후원기업을 거느렸다. F1과 관련된 모든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경주차 가격부터 화끈하다. 한 대당 100억 원 이상이다. 이마저도 개발비를 감안한 추정치다. 심지어 F1 머신의 운전대만 3000만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드라이버의 연봉도 수백억원에 달한다. 연간 대회 운영자금으로는 4조원 이상을 쓴다.

 F1은 자동차 업체에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기술력을 갈고 닦는 동시에 과시하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드높일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적이 좋을 경우에 가능한 이야기다. 현재 완성차 업체 가운덴 르노와 메르세데스-벤츠, 페라리가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벤츠와 페라리의 경우 직접 섀시도 만들고 팀도 운영 중이다. 한때 도요타와 혼다, BMW도 참여했다.

(2) 인피니티는 2011년 레드불 레이싱 팀과 인연을 맺은 이래 파트너십을 점차 확대 중이다. 올해는 아예 팀 이름을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 팀으로 바꿨다. 인피니티는 기술 지원을 통해 F1 머신 엔진의 효율과 내구성을 높였다.

 그런데 인피니티는 이례적인 경우다. 완성차 브랜드로 F1 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섀시나 엔진을 공급하진 않는 까닭이다. 모기업 격인 르노의 엔진을 쓰는 레드불 레이싱 팀에 후원사로 참여했다. 그나마도 2011년이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짝을 이룬 첫 해 제작자 챔피언을 땄다.

 인피니티는 파트너십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급기야 올해는 팀 이름에 브랜드를 붙여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 팀으로 거듭났다. 아울러 이 팀의 퍼포먼스 파트너로 거듭났다. 그리고 기술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초경량 소재를 개발하고, 연료 효율을 높였다. 또 다이아몬드 특수코팅 소재로 각 부품의 마모와 에너지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 결과 올해까지 3년 연속 제작자 챔피언 타이틀을 지켰다. F1 팬의 머릿속에 인피니티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동시에 인피니티는 세바스찬 베텔을 퍼포먼스 디렉터로 임명했다. 자동차에 관한 동물적 감각을 지닌 F1 드라이버는 ‘살아 숨 쉬는 계측장비’로 일컬어진다. 베텔은 공식 임명이 되기 전부터 인피니티 신차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3)세바스찬 베텔(왼쪽)은 올해부터 인피니티의 퍼포먼스 디렉터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인피니티 신차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지난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인피니티 FX 베텔 에디션이 그 결실이었다.

 2012년 선보인 ‘FX 베텔 에디션’이 대표작이다. 엔진은 V8 5.0L 가솔린으로 420마력을 낸다. 배기 계통을 손질해 같은 엔진의 FX 50S보다 최고출력이 30마력 더 높다. 또 차체를 20㎜ 더 낮추고 하체를 보다 단단하게 다졌다. 앞뒤 범퍼와 좌우 도어 아래쪽엔 F1 머신에 쓰는 카본섬유강화플라스틱을 덧씌웠다. 이 차는 150대 한정판으로 판매됐다.

 인피니티는 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 팀 및 세바스찬 베텔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5억 달러 상당의 브랜드 홍보 효과를 달성했다. 특히 타깃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가 60%나 치솟았다. 인피니티는 지난 9월, 세바스찬 베텔에게 특제 헬멧을 선물했다. 콘테스트로 모인 1500가지 디자인 가운데 베텔이 직접 골랐다. 21살 멕시코 청년의 작품이었다. 베텔은 이달 초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실제로 이 헬멧을 쓰고 달렸다.

김기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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