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백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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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로저즈」 미국무장관은 지난 7일 미국의회에 외교백서를 제출했다. 이 백서는 지난 71년이 미국외교정책에서 『개혁과 성취의 해』였으며, 72년은 『정상적인 진보이상의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우리는 안정된 세계평화구조를 창조할 수 있는 전망을 현실적으로 촉감 할 수 있는 시대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세계문제에 관해 이 백서는 미국은 앞으로도 소련 및 중공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것이며, 중공과의 관계개선 추구가 중요하지만 소련과의 기존관계를 발전시키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긴요하다 했고, 『동「아시아」에서의 어떠한 새로운 사태도 미-일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저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 백서는 한국에 관해서도 특히 주목할만한 몇 가지 사항을 언급하고 있다. 즉 「로저즈」장관은 한국이 지난해에 「닉슨·독트린」의 목적과 일치하여 더 많은 방위부담을 짊어짐으로써 두드러지게 전진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또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은 북괴지도층의 예측할 수 없는 성격으로 인한 북괴의 군사적 위협에 아직도 신경을 쓰고있다고 지적하고, 작년 12월6일의「국가비상사태선포」를 호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는 현 싯점으로서는 북괴가 한국을 공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 않으나 한반도에는 여전히 불안한 요인이 남아있다』고 말함으로써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사태에 대한 이와 같은 평가는 우리의 견해와도 대체로 일치하는 것인데, 우리는 미국무성이 한반도사태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신중히 유보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특히 이 백서는 미국의 71회계 년도에 착수한 한국군 현대화 5개년 계획이 한국방위를 위해 큰 공헌을 했다고 지적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한국군 현대화계획의 잔여기간에 해마다 상당한 양의 무상원조와 잉여장비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해 대한방위지원을 확고하게 다짐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로저즈」의 외교백서는 이처럼 대한정책에 관한 한, 미국이 종전과 다름없는 자세를 취할 것임을 밝혀놓은 것이라 하겠다. 격동하는 국제정세에 처해 한국이 자신의 좌표를 재정리, 안정시키는데 적지 않은 고통을 겪고있는 차제에 미국이 그 대한정책에 있어 현상유지를 다짐한 것은 한국을 안심케 하고 한반도정세를 안정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로저즈」장관은 또 놀랍게도 북괴 측으로부터 미국과의 수교희망을 시사하는 하위급 수준의 의사표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미국정부는 일반적으로 모든 국가와의 관계를 맺을 용의가 있으며 북괴도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으나 한국과 협의하기 전에는 어떤 결정적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중공「붐」에 편승하여 대 서방해빙외교를 대담하게 추구하고 있는 북괴가 대미관계개선을 희망했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만약에 미국이 북괴의 관계개선제의에 응한다고 하면 그것은 곧 미국이 『두개의 한국정책』을 도와주는 결과를 자아내 지금까지 한국만을 한반도에서 유일한 국가로 인정, 우리를 도와서 남북을 통일시키려던 종전의 대한정책은 지리멸렬해지고 말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북괴의 어떠한 간사한 책동에도 놀아나지 않을 것을 확신하면서 우리 정부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가져 북괴의 대미진출을 근본적으로 저지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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