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균열노린 전술의 하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정찰기 사건에 대해 5일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면서 "북한이 마지막 기회마저 잃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극동군사문제 담당자인 잭 스펜서 선임연구원은 "위기일발의 순간으로 보였지만 북한이 실제로 정찰기를 격추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상황만 극적이었을 뿐 지금까지 보여온 위협전술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북한의 실제 의도를 떠나서 이 같은 행동들은 결국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갈수록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국이 강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으로 긴장을 최대한 높인 뒤 그 책임을 미국 측에 돌려 한.미 동맹에 균열을 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이 한 목소리로 냉철히 대처하는 것만이 북한 핵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미군의 폭격기 이동 배치와 관련, 스펜서를 포함한 워싱턴의 주요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위기를 크게 긴장시키지 않으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맥데빗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겉으로는 비행기 격추 위협이지만 핵심은 여전히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북.미 간 힘겨루기"라면서 "북한이 마지막 선까지 넘어설 경우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조지타운대)교수는 "이라크 다음의 타깃은 자신들이라는 북한의 판단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핵 야욕을 중지시키기는 어쩌면 이미 늦은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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