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에 중공문제 브리핑 앙드레 말로 초청을 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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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닉슨」대통령은 「드골」집권 중 문화상을 지낸 「앙드레·말르」씨를 중공방문 이전에 브리핑 받기 위해 초청, 「말로」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는 말로씨가 모택동 등 중공지도층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데서 「닉슨」이 중공관계 브리핑을 받기 위해 취해진 것. 말로씨는 65년 중공을 방문, 모택동과 오랜 대화를 갖고 그 내용을 그의 『반회고록』에 상세히 썼다.
「닉슨」의 「말로」초청은 또한 서구에서 중공과 가장 긴밀한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 정부에 대한 간접적 의향타진이라는 정치적 해석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9월27일부터 2주일 동안 「프랑스」를 방문한 중공무역사절단의 백상국무역상은 「샤방-델마스」수상, 「슈만」외상, 「지스카르 데스텡」재상 등을 무더기로 초청하겠다고 말했으며 「퐁피두」대통령의 중공초청도 그러할 뜻을 비쳤다.
주은래는 지난달 하순 중공을 방문한 프랑스 의회사절단에게 「슈만」외상을 정식으로 초청한다고 전했으며 그의 중공방문은 오는 가을에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영국보다 늦게 64년 중공을 승인했으나 영국이 대리대사를 교환하고 있는데 비해 프랑스는 대만과 단교하고 대사급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65년 당시의 「앙드레·말로」문화상은 중공을 방문한 서구 최초의 각료가 됐다. 뒤이어70년에는 「베당쿠르」개발상, 「뮈르빌」전 수상이, 지난해와 금년 두 차례에 걸쳐 국회사절단이 중공을 다녀와 두 나라관계는 호전되고 있다.
프랑스의 대중공무역량은 몇몇 서방국가보다 뒤떨어지지만 교역량자체는 지난 10년간 두 배로 늘어났다.
양국의 교역량은 프랑스 전체 수출량의 0·4%에 지나지 않지만 주은래는 프랑스 의회사절단에게 프랑스와 우선적으로 무역증진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9월말 중공의 공식대표단으로서 최초로 서구를 방문한 백상국 대외무역상은 프랑스에 대해 주은래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서독이 분단국가라는 핸디캡 때문에 동구접근이 어려웠고 중공과 외교관계를 갖지 못하고 영국이 미국과의 특수관계 때문에 중공으로부터 경원됐다. 「프랑스」는 「드골」의 대 동구접근정책 및 독자적 외교 노선을 주장, 서구의 어느 국가보다 대 중공접근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
특히 「국가의 독립」을 부르짖은 「드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탈퇴하고 「블록」정책을 탈피하려 노력함으로써 미국의 월남정책을 비난하는 등 프랑스의 외교정책은 중공에 가장 좋은 발판을 파리에 마련하게 했다.
따라서 주은래의 「슈만」외상 초청은 서방과의 관계를 계속하기 위한 정책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퐁피두」 대통령의 73년 방문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슈만」의 방문은 「퐁피두」방문을 위한 준비방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중공은 가장 큰 적 소련과 접근을 막기 위해서도 프랑스와의 관계증진은 절실히 요구된다고 보고있는 것 같다.
드골, 퐁피두의 소련방문, 작년 가을 소련공산당서기장 「브레즈네프」의 「프랑스」방문 등으로 프랑스·소련양국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중공은 「모스크바」로 향한 프랑스국민의 눈을 북경으로 돌려야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파리=장덕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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