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수지의 역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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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역 수지 역조 폭이 71년 중에 15·4%나 늘어남으로써 국제 수지 대책이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71년의 수출은 통관 「베이스」로 10억6천7백여만 「달러」인데 반해서, 수입은 23억9천4백여만 「달러」에 이르러, 결국 무역 수지 적자폭은 70년의 11억4천만 「달러」에서 71년에는 132천만 「달러」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계속적인 무역 수지 적자폭의 확대는 외환 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 그것을 줄이기 위한 비상 대책이 요청된다. 그렇다고 만족할만한 현실적인 대책도 여간해서는 찾기 어려운 것이 요즘 우리가 처한 경제적 국면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첫째, 우리의 성장 방식이 외자 도입과 그에 따른 고율 투자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 억제는 곧 성장률의 인하를 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성장 정책 기조를 수정하지 않는 이상 수입 억제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애로점이 생긴다.
둘째, 우리의 산업 구조가 수입 원자재의 가공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수입 편의성 구조이기 때문에 수입 억제는 곧 가동율 저하를 유발하며, 동시에 불경기를 가속시키는 모순점이 있다.
세째, 우리의 수출 구조도 가공 무역의 성격을 짙게 띠고 있기 때문에 수입 억제가 곧 수출 애로의 증대로 직결되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출 증대 추세를 지연하기 위해는서 수출용 원자재 수입을 계속 확대해야 할 뿐 아니라, 그 원자재 수입 가격이 안전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네째, 원유와 식비 및 사료 등 소비 품목의 수입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단 시일 안에 대체시킬 방법도 사실상 찾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사실은 바로 그것이 수입의 지속적인 증가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수입을 실효 있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앞서서 경제 정책의 기조를 대대적으로 수정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경제 구조 자체의 개선 정책을 장기적으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동안 당국은 단계적인 수입 억제 정책을 추진하여 왔지만 그러한 정책 지표가 결국은 차관 정책·성장 정책이라는 벽에 부딪치고만 현상을 차제에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하여 상국으로서 무역 수지 적자폭의 이 이상의 확대를 절대로 용인치 않고 단계적으로 이를 축소하여 차관 원리금 상환 수요에 대질하려 한다면 성장 정책 자체를 정면으로 문제삼아야 한다.
물론 성장 정책 계속 밀고 나가더라도 그 결과로 수출 성장율이 충분함이 만큼 높은 것이어서 무역 수지를 호전시킬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될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책 당국자는 그 동안에도 이 같은 희망적 기대 위에서 국제적 지상의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율 성장 방식에 집착함으로써 빚어진 결과가 곧 전기한 바와 같은 무역 수지 적자폭의 계속적인 확대였던 것이다.
이제 무역 수지 적자폭의 확대가 성장을 위한 과도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자위하기는 사태가 너무도 어려운 시점에 이르고 있음을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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