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평준화 어디까지 왔나|무시험 진학생 첫 고교 입시를 결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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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학교 무시험 진학 제도가 실시된지 만3년-. 무시험으로 중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지난 18일부터 실시된 고교입시를 치러 그 결과 고교입시 제도와 평준화의 문젯점 등 여러가지 자료를 제시해 주었다. 해방 후 20여년간 악순환을 계속해오던 중학교 입시 지옥을 완전 해소하고 경쟁 시기를 고교로 옮긴 무시험 진학제는 입시제도사는 물론 교육사상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조치로 크게 환영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 제도의 실시와 함께 당국이 내세웠던 평준화 작업의 결과는 이번 입시결과 어떻게 나타났으며 서울과 지방학교간의 실력차 해소 여부, 특히 출제상의 문젯점은 무엇인가 등을 종합 취재하여 무시험 진학실시 3년을 결산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정책개선의 방향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학교의 평준화는 시설·교원·학생 실력의 3자가 종합적으로 비슷한 수준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입시를 통해 경기·서울·경복·경기여·이화여고 등 이른바 일류고교에 서울시내 모든 중학교에서 합격자를 내었고 어느 정도 골고루 입학한 것을 알 수 있다.
본사가 고교와 중학교 당국을 통해 조사한 바로는 8학급 이상 졸업생을 낸 중앙·대신·양정·인창·배문·경희·균명·숭덕·서라벌·동성·대광중 등이 일류교에 평균 10명 이상씩의 합격자를 낸 반면 학급이 적어 졸업생수가 적은 중학교에서는 10명 이하의 합격자를 내었다.
여자의 경우도 숙명·진명·양명·금호·동명·보성·성암·도봉·영훈·성신·옥수여중 등이 경기·이화여고에 10여명씩의 합격자를 냈으나 졸업생이 적은 학교는 일류교 합격자가 적어 대체로 실력의 균형은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지금까지 일류고교 합격자의 80%정도가 동일계 중학졸업자였던 것이 중학교 폐쇄와 함께 졸업생이 없어져 타교 출신에 대한 문호가 넓어진데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일류 고교에 1명의 합격자를 내기도 어려운 변두리 중학이 상당수의 합격자를 냈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92명의 경기고 합격자를 낸 중앙중이 올해에도 가장 많은 합격자를 냈으나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결과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균형이 이루어 진 것은 알 수 있으나 일류고교 합격자를 기준하여 분석할 때 사립명문중학이나 정책적으로 육성한 신설학교가 공립중학교나 변두리 신설 사립중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와 아직도 학교차가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일류」의 개념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다.
중앙·양정·배문·대신·경희 등 비교적 성적이 좋은 중학교가 사립명문중학이며 도봉여중 등 성적이 좋은 공립신설교는 일류 중 폐쇄로 우수한 교사가 배치된 육성학교였다.
신설학교의 대부분은 극소수의 일부교 합격자를 냈으며 그나마 제대로 집계조차 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이것은 사립명문중학이 전통과 재단의 뒷받침 등으로 비교적 우수한 교사를 확보할 수 있고 공립중학의 경우는 교사 순환 계획에 따라 변두리 육성 학교를 제외하고는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지 못한데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
올해 전기고교입시의 가장 큰 특징으로 부각된 지방 중학 졸업생들의 서울로의 대거 진출은 지망율에 비해 합격율이 극히 저조 서울과 지방학교간의 실력차가 뚜렷이 부각된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전체 지망자의 약 30%를 차지한 지방 중학 출신의 경우 경기고는 4백17명중 7l명, 서울고는 5백25명중 1백20명, 용산고는 1천2백명에 단 80명, 보성고는 6백80명에 1백50명, 숙명여고는 2백80명중 40명만이 합격하여 서울소재 중학 출신과 현격한 실력차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지방 지원자는 중학입학 때 시험을 거쳤고 성적이 우수한 자였는데 저조하여 아직도 서울과 지방간의 실력차이가 뚜렷하다는 증거밖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이다.
지방일류중의 경우 부산의 초염·상성, 경북·제주·인천중 등이 경기고에 4∼17명의 지원자를 보냈으나 전멸 또는 2,3명의 합격자를 냈으며 경기여고의 경우도 지방 일류 중에서 1백54명을 보냈으나 30여명밖에 합격시키지 못했다.
1.3대1의 낮은 경쟁율을 보인 경기여고의 한 교사는 지방중학 출신 지원자 가운데 낙방자를 빼고 나니 서울 시내 중학 졸업자는 낙방자가 거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비교적 도심지에 있는 중학교는 변두리 중학교보다 일류 5개교에 집중지원 시킨 경향을 보여 남자의 경우 중앙은 일류 3개교에 71명, 인창은 97명, 배문 77명, 동성 52명, 중동은 68명을 보냈고 여자의 경우는 일류 2개교에 정신 48명, 경희 42명, 수도 50명, 숭의 92명, 풍문 46명을 보냈다.
그러나 동일계 고교가 전기고교인 경우는 다소 양상이 달라 배재중의 경우는 배재고에 3백50명이나 지원시켰고 보성 62명, 숙명·진명·무학·용산 등도 동계고교에 50∼1백명씩 무더기 지원시켰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고교측에서 합격자를 출신중학교 별로 분류한 무학여고의 경우 옥수여중 23명, 도봉여중 17명, 금호여중 16명, 사대부중·영훈중 8명 등으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학교에서 많이 지원, 합격시켰다.<이돈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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