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남은 삶 중 가장 젊은 날 … 자기를 킬링해야 힐링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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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템플스테이를 통해 자비명상을 대중화한 마가 스님. [사진 불광출판사]

마곡사 템플스테이, 대중강연 등으로 유명한 조계종 마가(53) 스님이 새 산문집 『알고 보면 괜찮은』(불광출판사)을 냈다. 불행한 가족사가 녹아 있는 자신의 출가 사연, 세상에 대한 단상 등에 화·스트레스를 푸는 실제적인 팁을 곁들인 ‘힐링 산문집’이다.

 스님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중앙대 교양학부에서 진행한 인기강좌 ‘내 마음 바로 보기’로 유명하다. 20대 태반이 백수(이태백)인 대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마련된 강좌는 ‘1초 마감’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인기였다. 수강신청 개시 1초 만에 마감이 끝나서다. ‘자비명상 템플스테이’라고 이름 붙인 마곡사 템플스테이는 문화휴식을 정착시켜 사찰에 대한 이미지를 바꿨다.

 12일 만난 스님은 그런 호의적인 평가에 걸맞게 시종일관 유쾌했고 말에 설득력이 있었다. “오늘은 내 남은 삶 중 내가 가장 젊은 날”이라거나 “자기를 킬링해야 힐링이 된다”는 등 불교철학이 깔린 재담을 쏟아냈다. “노인 대상 강연에서는 ‘요즘 제주도보다 아름다운 섬이 있는데 뭔지 아십니까, 그래도라고 합니다’라고 말해 공감을 얻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살아야 할’ 이유를 깨우쳐준다는 거다.

 소통을 통한 공감 위에 스님이 강조하는 건 자비명상이었다. 스님은 “자비명상은 사랑명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안에 무자비함, 동물성을 갖고 있다. 그걸 보게 한 후 행복으로 이끄는 자비와 불행을 부르는 무자비 사이에서 선택을 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자비명상의 첫 걸음은 자기 안의 상처와 고통을 드러내는 일이다. 이 대목에서 스님은 아픈 가족사를 꺼냈다. 아버지의 외도로 상실감을 안고 자란 스님은 20대 초반 자살을 시도한다. 그 장소가 마침 오대산 월정사여서 출가를 한다. 스님이 근본적인 변화를 체험한 건 청화 스님을 만나고서다.

“자네는 출가 전에 어떻게 살았나?” 이 한마디에 꽁꽁 숨겨 두었던 슬픔과 화가 치밀어 올라 스님은 일주일 간 방언을 하며 울었다고 한다. 그러자 세상이 달라져 보이더라는 것. 자비명상은 그런 변화 체험을 통해 자비심을 갖게 되는 수행법이라는 설명이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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