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참사 그 예방의 길이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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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연 각 화재참사는 고층빌딩 준공 후 불이 났을 때 지금까지 가장 우려하던 대량참사의 본보기-.
이 사건은 가연성물질이 많은 호텔 등 고층건물이 갖춰야할 ▲자체소방설비 부족 ▲인명구조를 위한 소방장비 부족 ▲소방훈련 및 계몽부족 ▲자체 방화관리소홀 ▲감독관청의 방화진단 및 확인 행정부실 등 갖가지 요소가 복합되어 빚어진 참사로 69년이래 우후죽순처럼 건설된 전국73개 관광호텔업소등에 큰 충격을 안겨다줬다.
대연 각의 경우, 69년9월 1백73만1천4백44달러 어치의 원자재 등에 대한 관세면제혜택과 내자 17억7천여 만 원을 들여 지하2층·지상 21층·높이 81m의 명색이 1급 관광호텔로 등록되었으나 그것은 겉치레이었을 뿐 내부시설은 불에 허약했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불길이 완전히 잡힌 후 조사된 소방경찰의 사후진단을 통해보면 당초 대연 각이 법정 소방시설로 갖춘 옥내 비상계단 2개 소·비상구 19개소·승강기 7대·소화전등이 전혀 제구실을 못했고 가장 기본적인 화재탐지기에 의한 자동경보장치가 침묵을 지킨 것 등 방화관리상의 허점이 너무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옥외탈출설비가 안된 점이다. 옥외비상계단·인접 건물로 피할 수 있는 피난사다리·고층에서 지상으로 탈출할 수 있는 미끄럼 봉이 전무상태에다 피난유도 등조차 없었다.
둘째, 건물골격은 내화성 철근 콘크리트이지만 내부는 카피트·합판·커튼등 가연성이 높은 물질이 불연 화 조치가 되지 않은 채 불길의 촉매작용을 했다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 많은 인명을 수용하는 호텔·병원·학교 등의 내장시설은 방화 액 등으로 불 연화 되어야한다는 것이 법적으로 규제되어있으나 우리 나라는 이점을 무시하여 대연 각의 경우는 합성화학 물질이 내뿜는 유독성 연기 등이 질식사의 큰 원인이 된 것이다.
세 째는 건물구조가 수평·수직의 방화구획이 철저해야 하는데 수직 구 분만된 대연 각은 그나마 스팀·파이프 등 각종 파이프의 연결지점인 닥트 부분이 완전 폐쇄가 안 되어 닥트가 화염의 굴뚝역할을 한 점이다.
네 째는 옥내 비상계단 일지라도 계단입구의 방화 문 기타 연소방지 시설이 없었고 유도 등 비상탈출을 도울 아무런 준비가 안되었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고층빌딩화재 때 항상 문제되는 통로가 굴뚝역할을 못하게 하는 스모크·타워시설이 안되고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시설물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대연 각은 68년 6월 준공검사과정에서 많은 소방상의 허점이 있어 이미 지적대상이 되었던 점도간과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대 참사는 이 호텔의 원 설계에는 비상계단이 옥외로 나와 있도록 되었으나 건축과정에서 설계변경으로 옥내계단으로 고친 것 등 건축물이 지닌 무리한 점도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또 10층 이상에는 전혀 손도 대지 못하고, 인명구조에도 무력했던 소방당국의 원시상태와 장비실태도 문젯거리로 등장했다. 60여대의 소방차 중 사다리 차가 4대뿐이고 그중 1대가 32m 짜리 지만 7층 이상은 자연진화를 기다린 데다 그 물망 등 인명구조장비가 제로 상태였다.
그리고 참사를 당한 투숙객들의 당황함 등이 스스로의 목숨을 재촉한 것은 평소의 방화훈련·계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좋은 표본일수도 있으나 호텔 측에서 방마다 비상사태의 탈출구 등에 대한 안내서 등을 비치하고 종업원이 희생정신을 발휘했을 경우 인명피해는 최소한 줄일 수 있지 않았을 까하는 아쉬움마저 던져주고 있다. <백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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