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법안 전격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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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화당 의원들은 27일 상오3시 국회 제3별관 부속건물에 있는 외무위원회 회의실에서 법사위원회와 국회본회의를 열어 4분만에 대통령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 법」을 심의 통과시켰다. 본회의장과 1,2,3별관에서 철야 농성중이 던 신민당 소속의원들은 회의장에 들어 가려했으나 입구가 차단돼 들어가지 못했다. <해설기사 2면에>
공화당소속 1백11명과 무소속2명 도합 1백13명의 의원이 참석한가운데 고재필 법사위원장은『본회의장과 법사위원회의실을 야당의원들이 점거하고있어 이곳에서 회의하는 것을 양해해주십시오.
지금부터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심의하겠습니다. 제안설명은 유인물로 대신하고 전문위원 심사보고 정책질의 토론은 생략하겠습니다. 통과시키고자 하는데 이의 없습니까』고 말했다.『이의 없소』라는 말이 나오자 고위원장은『그럼 통과된 것을 선포합니다』고해서 1분만에 법사위가 끝났다.
잇달아 백 두진 국회의장이 사회 석에 나와『제36차 본회의를 개회하겠습니다』고 선포하고 『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여 회의장소를 변경한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국회법제66조에 의해 상오3시로 개회시간을 변경한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백 의장은『지난21일 구태회 의원 외 1백11명의 명의로 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은 27일 법사위로부터 원안대로 통과되었다는 통고를 접수했습니다. 질의토론을 생략하고 원안대로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이의 없습니까』고 묻고『이의 없소』라는 말이 나오자『통과를 선포합니다』『의사일정이 끝났으니 산회를 선포합니다』고 말해 3분만에 본회의가 끝났다.
이 회의에는 공화당소속 1백13명중 총리인 김종필 의원과 외유중인 한병기 의원이 불참했으며 무소속의 김재춘 조재봉 의원이 참석했다. 또 이 회의에는 중앙일보 심상기, 조선일보 백순기, 합동통신 김영일 등 3명의 기자만이 방청, 취재했다. 사진기자는 일체 들어가지 못하고 공화당 기관지인 민주 공화 보 카메라맨만이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신민당 소속 의원 중 김이권·김경인 두 의원은 외무위원장 실에서 잠자다 신동관 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이 문을 잠가 나오지 못했다.
본회의장과 제2, 3별관에 있던 야당의원들은 회의장에 들어가려다 경비경찰의 제지를 받고 충돌했는데 김승목·최형우·신상우·노승환 의원이 약간 상처를 입었다.
일부 젊은 의원과 당원들이 국회의장 실에 몰려가 서가·유리창·책상 등 집기를 부수었다.
백 국회의장은 26일 밤늦게 김현옥 내무장관에게 서면으로『국회의사당의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경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화당소속의원들은 27일 상오1시50분 서울 장충동에 있는 영빈관에 모여 의원총회를 연 뒤 국회 제3별관으로 함께 왔다. 공화당의원들은 회의가 끝난 뒤 영빈관에서 다시 모였다. 이 자리서 백남억 의장은『큰 일을 치르면 후유증이 있기 마련인데 앞으로 냉각기를 가진 뒤 야당중진이나 의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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