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벽·방화 문 없어 비상계단도 막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연 각 호텔의 화재는 호텔자체의 영점에 가까운 소방시설과 거의 힘 못쓴 허술한 소방장비, 소방관들의 소방훈련부족 등으로 더 많은 희생자를 냈다.
경찰조사에 의하면 대연 각 호텔은 방화벽과 내화구조가 거의 무방비 상태였으며 각층에서 복도를 통해 옥외로 탈출할 수 있는 옥내비상계단은 있었으나 통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경보시설은 있었지만 이날 거의 이용되지 않았으며 각층마다 방화구획이 되어있지 않아 불은 계속 번지고 말았다.
관광 호텔이면 으레 갖추어야할 슈프링쿨러(방안온도가 정상이상일 때 자동적으로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도록 천장 쪽에 마련해 놓은 집수 시설)등 자동방화 시설과 고층에서 비상탈출 하는데 꼭 필요한 미끄럼 봉 타 건물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사다리 등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건축법시행령에 호텔 등 투숙객을 위한 특수건축물에는 갑종 방화 문이 설치되어 비상계단으로 연결되어야하나 방화 문이 없었다.
이날의 화재는 호텔 등 특수건축물에 대한 방화시설 검사가 그 동안 얼마나 형식적이며 미비했던가를 증명한 것으로 어떻게 이러한 소방시설이 미 비된 호텔에 준공검사과정을 거쳐 영업허가가 나갔는지 관계행정당국의 행정부실이 빚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고미 파」때도 불>
서울 충무로1가 25의4에 22층으로 세워진 연건평 1만1백80평의 대규모 대연 각 호텔은 객실이 2백22개로 지난67년 건축허가를 받아 16억 원을 들여 69년 완공, 이해 늦게 호텔로 개업을 했는데 보험회사평가액은 18억5천만 원이다.
대연 각이 세워진 이 자리는 67년까지 무 학 성 카바레이었으며 극동건설이 무학성 카바레를 헐고 이 자리에 대연 각 호텔을 세운 것인데 무학성 카바레 전신인 고미 파 카바레 때에도 불이 일어나 건물이 전소되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