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5)우두마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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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식품공해에 대해서는 어떤 점에서는 세계 공통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비양심적인 상인들로 인하여 여러모로 신경을 쓰게 되고있다. 「무식이 용감」이라고 식품에 대해 과학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마음놓고 아무 것이나 사다 먹고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식품을 연구하는 사람중의 하나인 필자는 계속적으로 들리는 부정식품에 관한 「뉴스」로 인하여 공포를 느끼게되고 그 결과 요즈음에 와서는 시장에서 사먹어도 된다고 생각되는 식품의 수가 몹시 줄어들고 말았다. 그러던 참에 며칠 전 고기의 무게를 늘리기 위하여 소에다 구정물을 먹여서 도살하여 고기를 팔아온 일이 보도되었을 때에 또다시 큰 충격을 받았다. 외국에서는 소가 죽기 전에 영양상태가 좋아서 「그라이코진」이란 영양소가 체내에 많이 저장되어 있을수록 고기의 맛이 좋다고 해서 소를 죽이기 전에 필요이상의 운동을 하는 것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는데 소에다 무리하게 물을 먹인 다는 일은 첫째 체내 「그라이코진」의 함량이 줄어 고기 맛이 적어질 것이고 둘째로 먹인 물로 인하여 고기중의 수분의 함량이 늘어서 고기는 더욱 맛이 없어질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일은 고기의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 질뿐 아니라 위생적으로 보나 아무리 동물이라 할지라도 도덕적으로 보아 그러한 일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놀라운 일은 병든 말을 잡아서 쇠고기라고 속여 시중 음식점과 식육점에 팔아왔다는 일이다. 말고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먹지 않는 것인데다가 병들었던 말이라 하니 그러한 고기를 판 사람들의 양심은 극도로 부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해치면서까지 자기가 맡은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을 하는 것을 볼때 이런 일이 어디까지 번질는지 무섭기도 하다.
상인들은 이런 일이 국민의 영양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고 반성하여 양심이라는 정상에서부터 비 양심이라는 구렁텅이를 향하여 가속적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는 상도덕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기만이라도 해주었으면 한다. 【이혜수<서울대 가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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