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 시켜 삼화저축은행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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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 [사진 중앙포토]

2011년 7월 14일 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영수 KMDC 회장이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아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2011년 7·4 전당대회 때 전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우 전 의원이 이 회장에 관한 제보를 건네고 폭로 기자회견을 열게 한 사람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라고 지목했다.

 당시 국회 저축은행 비리 의혹 진상규명 국조특위의 민주당 간사였던 우 전 의원은 “한나라당에 흘러간 금액은 24억원 정도이며 이 회장과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를 국정조사에 증인 채택할 것을 한나라당에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우 전 의원이 겨냥한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홍준표(현 경남지사)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다.

 그러나 이 회장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우 전 의원을 형사 고소했고 수원지검은 지난해 11월 “이 회장이 신삼길 명예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하거나 새누리당과 홍준표 전 대표가 이를 받아 사용한 증거가 없다”며 우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자 우 전 의원은 지난달 14일 수원지법 형사11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2011년 7월 초순께 박지원 의원이 본인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친히 방문해 특유의 깨알 같은 내용이 적혀 있는 검은 수첩을 꺼내들고 그 수첩을 보면서 본인에게 ‘저축은행 비리 의혹의 핵심에 있던 신삼길 회장이 2007년 대선 당시 외곽조직을 꾸려 이명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했던 이영수란 사람을 통해 신라호텔에서 24억원을 홍준표 의원에게 전달했고 그 돈이 2010년과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사용됐다는 제보를 받았다. 신빙성이 있으니 파헤쳐보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우 전 의원은 진술서에서 “당시 박 의원은 민주당 내 모든 결정에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분이었고 위의 내용은 곧 당의 결정이 돼 간사인 본인에게 지시됐다”며 “이 회장과는 일면식도 없었으나 당의 지시가 있었고 저축은행 의혹을 규명한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야당 측 국조특위 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의원은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마치고 평의원 신분이었다.

 우 전 의원은 “그러나 돌이켜보면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 회장의 명예가 훼손될 수도 있었는데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반성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 회장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 이 회장과 만나게 되면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용인 처인구에서 재선을 했던 우 전 의원은 이 사건 말고도 지난해 11월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5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7일 “터무니없는 얘기를 터뜨리라고 부추긴 박지원 의원을 다음 주 명예훼손 교사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의원 측은 “우 전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런 얘기를 전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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