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과 스트라빈스키의 조화 … 늦가을에 만나는 베를린 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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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래틀

“우리 베를린 필하모닉은 박물관이 되지 않기로 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58)은 이 한마디로 자신이 이끄는 교향악단을 정의한다. 11,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앞둔 래틀은 “늘 새로운 음악, 청중에게 낯설지만 훌륭한 음악을 신선하게 해석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2년 만에 찾아오는 베를린 필의 프로그램은 옛 것과 새 것을 절묘하게 조합한다. 슈만의 교향곡 제1번 ‘봄’과 초연 100년을 맞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나란히 연주한다. 래틀은 “‘봄의 제전’이 반항하는 10대처럼 부서지며 갈라지는 모습이라면 슈만의 곡은 중년이 느끼는 봄처럼 사랑과 유머, 따듯함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크너 교향곡 7번과 불레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도 음악의 본질을 다룬다는 점에서 짝을 이루고 있다. 브루크너가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노래 같은 곡이라면, 불레즈의 ‘노타시옹’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색과 질감의 나뭇잎으로 이뤄진 큰 나무 같은 음악이다.

 전 세계 교향악단이 고만고만한 평준화 현상을 보이는 오늘의 음악계에서 베를린 필이 우뚝한 이유는 이런 깨어있는 정신 덕이다. 특히 돋보이는 프로젝트는 악단의 모든 공연을 온라인 공연실황중계로 담아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디지털 콘서트홀’ 시스템이다. 이 파격적 행보는 2009년 이래 100여 개 국가 150만 음악 애호가들이 방문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28만 명이 유료회원으로 가입, 운영 5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걸작으로만 잘 짜인 이번 패키지를 즐겨 달라”는 인사말을 미리 보냈다. 02-6303-1977.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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