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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학생도 인권 보장 받으며 교육 받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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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얼마 전 시민 몇 분과 학생들의 인권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분들 중에는 학부모 연배가 되는 분들이 다수였다. 우리 부모 세대들이 갖고 있는 학생 인권에 관한 현재의 인식은 대부분 기본적인 수준이다. 일단은 자신이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두발이나 복장, 소지품 규제, 각종 체벌이나 차별 등이 우선 거론됐다. 요즘 특히 민감한 일은 휴대전화 관련 사항이었다. 대부분이 생활지도 명목으로 이루어지거나 교사의 태도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기본적인 인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음도 확인됐다. 예를 들어 방과 후 학습(보충수업)이나 야간 자습에서의 학생 의사 반영 문제, 화장실이나 탈의 공간, 냉난방과 급수시설 등 각종 시설과 관련된 사항들이 이제는 학생인권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정보나 사생활 보호, 학생들의 자치 활동 부분도 역시 예민한 사항이다. 게다가 각종 계획 수립이나 규정의 제정·개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거나, 자신의 생각이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도 학생들의 권리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비해 학생인권에 관한 인식이 참 많이 심화되고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학생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생각조차 거의 없었던 시절이 그리 오래 전의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으레 그러려니 했거나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여겼던 일들이 이제는 섬세하게 고려하고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소중한 존재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가 성숙해지고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노력해온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적지 않았지만 몇몇 시도에서 제정한 학생인권조례 역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아직 멀다고 생각된다. 학생의 인권에 대한 요구 수준은 상당히 높아지고 있지만 학교 현장이나 가정과 사회에서 학생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요구의 목소리는 크고 책무에 대한 생각이나 노력이 부족하다. 무관심이나 입장 차이 때문에 이래저래 쉽지 않은 일이다. 학업중단 학생들이나 비진학 청소년들은 아예 관심 밖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과 같은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는 학생 인권의 많은 부분이 무시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성과 중심인 교육청의 학교평가나 입시 결과로만 학교를 평가하고자 하는 지역사회, 동창회 등이 장애가 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성적 중심의 경쟁 교육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이제 우리나라 학생들도 좋은 교육 여건 속에 인권을 충분히 보장받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고,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는 길이라 믿고 있다.

천경석 온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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