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 100일째 김한길, 천막 접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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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8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지난달 7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에 복귀하긴 했지만 아직 서울광장의 장외투쟁용 천막은 걷히지 않은 상태다.

 8일은 김한길 대표에겐 ‘외박 100일째’이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자택이 아닌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침하고 있다.

 “천막당사가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끌었던 김 대표가 집에 가서 잘 수는 없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민주당의 투쟁무대는 이미 국회로 옮겨진 상태다.

 민주당은 7일 ‘입법 전쟁’을 예고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여당이 내세운 정기국회 중점 법안을 보면 반민생 재벌특혜 법안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은 진짜 민생이라는 진정성을 갖고 새누리당의 가짜 민생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의원총회에서 이른바 ‘민주주의 살리기 법안’ 14건과 ‘민생 살리기 법안’ 41건 등 총 55건의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55개 법안 중에서도 ▶‘을 살리기’를 위한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남양유업 방지법’) ▶부자감세 철회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국정원법 및 국정원직원법 개정안 ▶검찰 개혁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 등은 사수해야 할 ‘5대 법안’으로 선정됐다.

 ‘장외투쟁’과 ‘입법투쟁’ 가운데 무게중심을 입법 쪽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 천막엔 파장 분위기가 뚜렷하다. 중앙당과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소속 당직자들만 돌아가며 자리를 지킬 뿐 의원들은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천막 피로증을 토로하는 이들마저 점점 늘고 있다. 한 당직자는 기자에게 “웬만하면 천막 얘기는 하지 말자.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부상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정성호 원내부수석부대표의 경우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다가 위장병을 얻었다. 근육통, 만성피로, 불면증을 얻었다는 의원도 적지 않다. 민주당 당직자는 “천막당사를 천년만년 유지할 순 없지 않겠느냐”며 “이미 충분히 그 역할을 했으니 곧 철거하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문제는 천막을 접을 타이밍이다. 이와 관련해 오는 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국가기관 총체적 대선개입 규탄 및 국정원 개혁촉구 국민 결의대회’가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의 고위 관계자는 “당장 11일부터 인사청문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이 주도권을 쥐고 할 일이 많은 상태”라며 “국정원 개혁 어젠다가 시민단체 등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면 천막 문제는 11월 중순께 정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의 외박도 그때쯤이면 끝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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