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2)-강수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소년이 되어 나는
뒷산 언덕바지를 미끄럼 타며
마구 굴러 떨어졌다.
남이야 뭐라든
이 엄청난 시련에 부딪쳤을 때,
나의 순진한 소년은
이렇듯 발광해야 사는 것이다.
동심을 눈동자처럼 아끼던
나의 철학이
자학으로 표현하는
이 이율배반의 미덕 속에서,
불현듯이
소년의 가을을 동경했던 것일까.
흙투성이가 된 마음으로
방에 돌아오면
아직도 오인하고 있는 소리.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후회할 것이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