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스님을 애도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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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어느 자리에서나 자유가 내 마음 안에 있다고 하시던 청담스님. 현대사회의 물질화·기계화의 경향이 사회적 악덕과 정치적 부패를 낳는다고 역설하셨지요. 유물화를 막는 길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고 오직 마음만을 강조하시던 님이 가셨으니 불효중흥은 누가 앞장을 서야 할까요.
당신이 불교의 근대화·생활화는 불교교육자의 손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내게 동국대총장 직을 맡기 신지 벌써 3년. 당신과의 약속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벌써 5년 전 내가 선학원으로 스님을 찾아 뵙고 진찰 한후 혈압이 높다는 말씀을 드렸지요. 그게 끝내 당신의 지병인 줄 알면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중생을 제도하는 헌신적인 노력이 당신의 건강을 해쳤습니다.
작년의 세계 불교 지도자 대회에서 장로원장이 되신 스님은 불교이념으로 세계가 한데 뭉쳐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한국에 있는 각 종교 단체도 벽을 갖지 말고 교리를 떠나 마음을 터놓고 얘기해서 종교단체가 화합해야 한다고 나에게 이르신 말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내가 동국대학교에 읫과대학이 있어야겠다고 진언했을 때 당신은 필요성을 찬성하시고 임기 중에 꼭 세우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이제 님은 가셨지만 그 뜻 받들어 이룩할 것을 다짐합니다. 지금도 스님이 밤늦게까지 초잡아 주신 불교 의식 통일안은 삼천리 방방곡곡의 청소년들의 입을 통해 외어지고 있읍니다.
청담 스님. 일제 36년 동안 더럽혀진 한국의 불교를 정화하는 것이 곧 국가를 건지고, 사회를 구원하는 길이라고 하셨지요. 종교가 부패했을 때는 그 국가·사회가 멸망한다고 외치시던 님의 뜻이 오늘도 불교정화운동으로 실천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불교의 근대화·생활화는 교육의 힘을 빌어야 한다고 국민 종교 헌장을 만들 때 위원으로 참석해 장장 2시간 동안 정신개발을 역설하신 뜻은 지금도 절절히 흐릅니다.
청담스님. 사바 세계에서 다하지 못한 일, 내게 약속하셨던 일, 당신의 뜻을 받들어 일하겠습니다. 안심하시고 왕생극락하소서.【김동익 <동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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