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중·일 손잡고 스모그 공동해결 나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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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애국가에도 나오는 ‘공활(텅 비고 매우 넓음)’한 한국의 가을 하늘을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선 볼 수 없는 날이 많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2010~11년 각 11차례, 지난해 3차례였던 이 지역 스모그 발생이 올해 들어 19차례로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52년 만에 가장 자주 스모그가 발생한 중국이 원인물질 주요 배출원으로 의심받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미세먼지 오염이 증가한 데다 중국 오염물질이 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 사례가 잦아졌으며 국내에서도 때맞춰 대기가 정체되는 등 오염 악화 조건이 갖춰진 탓이라고 원인을 분석한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오염물질의 동북아 확산에 대해 근거 없다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서울대 연구팀은 2009~11년 공기 흐름을 역추적한 결과 이를 유발하는 오염물질인 블랙카본(검댕)이 중국에서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제주도 고산리 지역 750m 상공에서 그 농도를 측정했더니 바람이 대양에서 불어올 때는 ㎡당 85ng(나노그램)이었던 것이 베이징 쪽에서 불어올 때는 500ng으로 늘었다. 3㎞ 상공에선 0ng에서 250ng으로 증가했다. 한국 스모그 원인의 일부가 중국에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측정 데이터다.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오염 중 중국발 스모그가 차지하는 비중을 30~50% 정도로 본다고 한다.

 흔히 환경오염에는 국경이 없다고 한다. 특히 오염물질이 대대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대기오염의 경우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문제가 곧 주변국 전체의 문제가 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환경 문제는 한 나라의 노력으로 풀 수도 없다. 현재 겪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스모그 사태를 동북아시아 전체의 환경 대화와 공동 노력으로 해결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지난 5월 한·중·일 3국 장관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3국 대기분야 정책대화’를 제안해 세 나라가 개최에 합의했다. 동북아 대기오염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우선 이 정책대화부터 조속히 시작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이를 통해 3국 간 환경 문제 상시 대화채널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채널을 활성화하면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환경 기술·정보·정책·경험을 상호 교류하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세 나라는 공동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대기 오염물질의 정확한 이동경로와 이동량 등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염물질의 발생 감소와 이동 차단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협력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한 세 나라가 허심탄회하게 환경 대화와 공동 조사·연구를 진행한 뒤 해결방법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길이야말로 동북아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길일 것이다. 특히 스모그로 큰 고통을 받는 중국이 동북아 환경대화와 공동해결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