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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화의 제1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공 유엔 대표단은 11일 드디어 미국 뉴요크 시에 진주했다. 「레닌」모에 중국 국민복 차림을 한 일단은 어딘지 외교관의 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진주」라는 표현을 한 것은 바로 그 제복에서 풍기는 인상 때문이다.
중공은 지난달 25일 유엔 대표권 승인이후 두 주일이나 넘게 꾸물거리며 채비를 차리고 있었다. 성급한 나라 같으면 그 다음날이라도 대표단을 파견했을 것이다.
최근 북경을 방문했던 일본의 유력지 A신문편집국장은 주은래 수상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유엔」가입의 소감을 주는 『임사외구』라는 중국 고언으로 대답했었다. 『일에 당하여 두려운 생각이 든다』는 듯이다. 주가 말하는 『구』는 『자신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 보이는 말일 것 같다.
바로 중공대표단이 「뉴요크」시에서 제1성을 발한 「코멘트」에도 그 신중한 매너는 엿 볼 수 있다. 단장인 교관화(부외상)는 『미국국민은 위대한 국민이며 중공과 미국사기에는 무한한 우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북경의 슬로건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양키들이 이민군의 총칼 밑에서 처참하게 나둥그러져 있는 프로퍼갠더의 그림은 세계의 시민들이 이제까지 익히 보아왔었다.
교관화 단장은 공손히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 기회에 뉴요크의 모든 시민과 전 미국민에게 우리의 안부를 전한다』고-. 전통적인 중화사상은 『문안을 받는 쪽』이지 『문안을 드리는 쪽』은 아니다. 그러나 중공은 오늘의 국제현실에 조용히 적용하고 있다.
중공외교의 패턴을 이원론적으로 분석하는 정치학자들이 있다. 하나는 혁명적 원칙의 추구이며 다른 하나는 「영활성」의 변증법적인 전개이다. 「영활성」이란 중국어의 표기이며 유연성을 말하는 것이다.
혁명적인 원칙에 따르면 중공의 유엔 진출은 국제적인 평화유지의 기회로서가 아니다. 반미·반제의 통일전선을 펴기 위한 혁명사상의 한 연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공은 다른 일면에서 고전적인 외교방식에 의한 양국간의 절충도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철두철미 「리얼리스트」로서의 행동이다. 이 두개의 상반되는 행동양식은 오로지 「내공」상의 요구에 따라 가늠되고 또 구사된다. 중공이 미국의 심장, 뉴요크 시에서 미국국민에게 만장(?)의 미소를 보내는 것은 이원논리의 다른 한 면모에서 나온 것이다. 『혁명만능』을 절규하는 모택동의 사상은 이처럼 「현실」과 「비 현실」을 마음대로 오고가며 세계사를 점철하고 있다. 서양적 미소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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