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폐수에 화상, 절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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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달 31일 하오 9시쯤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2 한국 「슬레이트」공장 (대표 김인득)의 폐수가 흘러나오는 하수구에 빠졌던 이 마을 천광욱씨 (30)가 온몸에 화상을 입고 시립 남부 병원에 입원 중 지난 8일 상오 숨졌다.
죽은 천씨는 온몸에 2∼3도의 화상을 입고 있었는데 경찰은 천씨의 사인이 유독성의 공장 폐수 때문인 것으로 보고 국립 과학 수사 연구소에 시체 해부를 의뢰하는 한편 이 공장의 폐수를 수거, 감정키로 했다.
천씨는 사고 당일 밤 하수구 위에 지은 공중 변소에 용변을 보러 갔다가 발을 잘못 디뎌 변소 아래 하수구로 굴러 떨어졌다.
오물 투성이가 된 천씨는 하수구를 벗어나기 위해 공장 쪽으로 난 개천을 따라 발목까지 찬물을 헤치며 30m쯤 기어가다 한국 「슬레이트」 공장 창고 안 폐수 처리 하수구로 빠져 나왔다.
집에 돌아온 천씨가 젖은 옷을 벗자 아랫몸의 피부가 검게 타고 물이 닿은 발목에 울긋불긋한 반점이 생기고 심한 아픔을 느껴 수도 연합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다가 지난 2일 시립 남부 병원으로 옮겨 가료 중 숨진 것이다.
천씨를 처음 치료했던 수도 연합 병원 욋과 과장 권재옥씨 (56)와 시립 남부 병원 측은 천씨의 사인은 『유독성 유기 물질에 의한 화상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고 있으나 『유독성 유기 물질이 어떤 종류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슬레이트」공장 측은 『석면과 「시멘트」가루가 섞인 「알칼리」성의 폐수가 흐르고 있지만 이 물의 「알칼리」도는 PH 9로 빨랫비누「알칼리」도 PH l4 보다 훨씬 낮아 인체에 해로울 정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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