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걸린 성장 정책|국제 수지 전망 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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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국제 수지의 악화를 우려, 성장 목표를 낮추고 수입 등 외화 지출을 억제하려는 것은 국제 정세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지만 내년이 3차 5개년 계획의 시발 연도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차 5개년 계획의 주요 목표가 투자 계획의 확대 집행으로 70년 말에 거의 달성되자 한때 3차 5개년 계획을 앞당기는 문제까지 검토되기도 했던 과거의 의욕적인 성장 정책은 이제 국제 수지 면의 애로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이미 고도의 성장 정책이 국제 수지 측면에 커다란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예견돼온 것이긴 하지만 연평균 40%에 가까운 수출 증가율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왔고 또 기대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수출 여건이 다른 어느 때보다 나빠진데다 수출만으로 국제 수지를 호전시킬 수는 없다는 결론에서부터 정부의 국제 수지 대책은 다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제 수지상의 애로가 어떤 것들인가를 먼저 가려내는 것이 앞으로의 경제 진로를 타진하는데 핵심이 될 것이다.
먼저 수출에 대한 전망은 미국의 「달러」방위 조치 강화와 섬유류 수입 제한 등 보호 무역주의 경향, 일본의 「엥」화 절상 등으로 최악의 고비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원과 보조 정책에 의한 수출 신장이 한계성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이처럼 외부적 여건까지 악화함에 따라 내년도 수출 목표 18억불은 달성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무역외 수입에 있어서도 주한 미군의 감축, 대월 외화 수입의 감퇴 등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해지고 있으며 원조 등 이전 거래에 있어서도 미국의 외원 정책 변질로 감소 추세는 그「템포」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자본 거래에 있어서는 외화 상환 부담이 격증하고 경상거래의 계속되는 적자 보전을 위해 외자는 더 많이 들여와야 3차 계획이 추진될 수 있게끔 계획되어 있다.
70년 말 확정 차관과 3차 5개년 계획 기간 중에 들여와야 할 신규 외자의 상환 부담이 72년에 3억1천5백만불로 경상 외화 수입의 15%를 차지하고 76년에 가선 상환 부담이 4억5천3백만불로 그 부담율이 11·2%로 떨어지도록 돼 있으나 외국인 투자 과실 송금, 3년 이하 단기 자본의 상환 부담까지 합치면 계획 기간 중 평균 18%를 넘는 과중한 부담을 져야 할 입장이다.
즉 과실 송금과 단기채 상환을 합친 총 외화 상환 부담은 72년에 3억9천5백만「달러」이고, 76년엔 6억4천7백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외환 보유고는 적정 수준 (KFX 수입+무역외 지급+원금 상환+단기 자본 상환액의 25% 내외) 유지를 위해 71년 말 유지 목표 5억5천3백만 「달러」에서 76년엔 10억「달러」대로 늘어나야만 한다.
결국 이러한 외화 수입 「사이드」의 불투명한 전망, 외채 상환 부담의 증가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수입을 적극적으로 줄여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
올해만 해도 「6·28 환율 인상」조치가 있었음에도 9월말 현재 수입 증가율이 35%로 작년 동기의 전년 동기 증가율 3·5%를 10배나 상회하고 있고 10월말 현재 외환 보유고는 연말 유지 목표 5억5천3백만불을 2천2백만불이나 하회했다.
따라서 국제 수지의 악화를 막기 위해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이에 따라 해외 저축의 폭이 즐어 들기 때문에 성장 목표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단 이러한 문제는 올해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 국제 수지가 호전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볼 때 3차 5개년 계획 전반에 걸쳐 국제 수지의 주름살이 미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심화하고 있는 불경기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이며 성장 둔화에서 오는 실업 문제, 수입 억제에서 오는 물가고 등의 문제가 병발 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쌀 도입에 따른 외화 부담 때문에 고미가 정책을 적극화하고 있으며 하반기 무역 계획에서 수입 제한 품목을 늘려 연말까지 1억불 가량의 수입을 줄이는 조치를 취한바 있다.
70년대 초반이 국제 수지의 가장 심각한 고비로 지적돼온 바도 있지만 결국 외채 의존형으로 추진해온 고도 성장 정책이 마침내 국제 수지 측면에 심각성을 드러냈고 이 때문에 성장 정책도 수정해야 할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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