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러쉬」와 미 대외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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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대통령은 「유엔」중국대표권 해결 결과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잃은 대신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역설은 검토해 볼만한 것이다.
「닉슨」 이 「유엔」에서 ??지지표를 규합하기 위해 택한 위?작전은 개탄할 일이며 처음부터 실패의 씨를 안은 것이었다.
우리는 이제 외교 면에서 타 국가에 대한 위압작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수법이 미국 내에서 상당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 결과「닉슨」은 지난 수개월 안에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겠다.
지난 25년 동안 대외공약의 부담과, 월남군이 초래한 좌절감과 비극, 그리고 우방국이 안보부담을 분담하지 않으려는 태도 등은 세계적 역할의 비용과 복잡성에 대한 미국국민감정을 실망과 역겨움으로 이끌어 갔다.
중국문제에 관한 미국외교의 실패가 국민들로부터 반말을 일으킨 것은 미국이 그동안 세계지도자역할을 맡아오면서 치르지 않을 수 없었던 대가에 대한 보다 광범하고 뿌리깊은 실망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데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국방예산, 외원계획, 세계 안보, 금융, 통상체제를 재편하려는 노력에 대한 국민들의 맹렬한 공격을 막으려면 「닉슨」이 중공문제에서 보인 것보다는 더 정교한 기술과 감수성으로 이러한 감정을 다루어야 한다.
미국이 「유엔」에서 탈퇴하고 「유엔」을 미국 밖으로 몰아내라는 「배리·골드워터」의 주장을 따를 의원들은 물론 적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조치는 「유엔」기구를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하는 강력한 반미연합체로 만들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경험한 것과 같은 쓸모 없는 고립주의가 부활될 가능성도 없다. 왜냐하면 현재 미국은 전 세계에 상공부문의 이해관계를 갖고있어서 고립주의와 같은 신경질적인 정책으로는 이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대하게 늘어난 대외「커미트먼트」를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재조정하려는 이때에 범국민적인 좌절감이 일어나면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정도 이상의 후퇴를 하여 미국국력을 약화시키고 미묘한 국제권력균형을 쉽게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의 목표를 검토해 보건대 2차대전 후 그들이 가장 원해온 바는 미국의 대외개입축소와 가능하면 미국의 고립주의 부활이었다.
현재 패배한 환멸의 「무드」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사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유엔」탈퇴를 원하고 국방 및 안보공약을 감소시키려는 노한 소수파들이 주장하는 바는 바로 「모스크바」가,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북평이 원하는바와 일치한다.
미국 행정부가 자신의 경제·정치정책에 반대하는 국가들, 그 중에도 특히 일본과 구공시 가맹국들에 대해서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데도 위험이 있다.
이들은 월남을 위시한 각처에서 미국이 범한 과오나 「워싱턴 자체의 경제정책상의 실패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이들은 이제 미국의 압력을 무시하고 미국의 오만한 요구에 분개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독립적인 힘을 길렀다.
하기야 「유엔」이 중국대표권에 관한 「닉슨」의 거부했다고 해서 미국이나 「유엔」자체의 권익을 손상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방금 북평을 방문하고 돌아온「헨리·키신저」보좌관은 미-중공관계에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기회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닉슨」대통령이 만약 북평의 의도에 반대해서「유엔」의 대만의석을 계속 유지하는데 성공했다면 그와 같은 『기회』가 어느 정도 확실할 수 있었을까 의아심을 갖게 된다.
대만의 「유엔」축출이 결정된 이후에 발생한 미국내의 감정적 폭발과 신고립주의에로의 위협은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앞에는 토의되어야할 세계문제의 크나큰 「이슈」들이 산적해있다.
이번「유엔」의 중국대표권결정이 교훈을 남겼다면 그것은 미국이 이제는 무력을 통해서 타국으로 하여금 그들의 국가이익에 반하고 세계안정을 위협하는 정책을 취하도록 할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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