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 자급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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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쌀의 자급자족 시기를 당초계획보다 2년 앞당겨, 오는 74년으로 잡고 이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한다. 정부는 쌀 자급시기를 단축시키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외미 도입량을 크게 줄여 연간 외미도입 수준을 앞으로는 80만t에서 60만t으로 낮추고, 미맥교환율도 3대1로 높이며 고미가 정책을 74년까지 계속할 뿐만 아니라, 종래 부분적으로 시행해오던 이중 미가제도 폐지, 소비자 미가를 현실화시키겠다고 한다. 또 단보 당 수확고를 높이기 위한 개량종 볍씨 IR667을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보급시켜 획기적인 증산효과를 기대한다는 것 등으로 돼있다.
정부가 쌀 자급시기를 단축시키기로 한 것과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이상의 몇 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 있을망정 대체로 환영할만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지난날의 농정을 돌이켜 보건대 농정의 기본이 너무나 자주 뒤바뀌어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모순을 유발시켰다 하겠으며, 때문에 우리는 농정의 기본을 보다 확실히 하고 이를 끈질기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즉 한때 기업농육성이니 낙농업육성이니 또는 상품농업육성이니 하여 농정의 기본이 양곡자급노선에서 크게 이탈했던 결과, 오늘날 농정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까운 외화만 낭비토록 했음을 크게 반성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농정의 기본을 식량자급에다 두고서 그것이 충족될 때까지는 결코 곁눈을 팔지 않는다는 의연한 자세가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된다는 것이다. 식량자급정책을 당면한 농정의 기본으로 전제한다면 농정의 핵심은 결국 미곡증산에 초점을 맞추어야할 것이며, 농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미맥농으로 하여금 증산의욕을 갖도록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사리를 이와 같은 각도에서 본다면, 미맥가격수준을 어느 선에서 결정해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초점이 되어야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해마다 전년비 몇%의 정부수매가격인상을 허용하느냐 하는 것으로써 고미가 정책의 소임을 다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 한데 이는 분명히 큰 잘못이었음을 차제에 확인해야할 것이다. 그때 그때의 정부수매가격의 인상도 농민소득의 향상에 기여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충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민들이 수확해서 집중적으로 양곡을 출회시키는 성출회기의 시장가격을 어느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배려할 것이냐를 고미가 정책의 기준으로 삼아야만 실질적인 농민소득의 향상과 직결되는 고미가 정책이 실현된다는 사실을 당국은 직시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미가 정책의 기준을 수매가격에다 둘 것이 아니라, 성출회기의 시장가격에 두고서 시장가격을 정책가격에 접근시킨다는 공약을 정부가 제시하고 이를 성실히 지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미가 정책의 기준설정에 있어 생산비 보상비율을 현실화시켜야만 농민의 증산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한계경지의 생산비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야만 고미가 정책이 증산효과를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이상을 단시일 안에 충족시킬 수는 없다하더라도 생산비 산출방식을 현실화시키고 생산비 보상비율을 훨씬 높인다는 약속이 없이는 고미가 정책이 농민에게 먹혀 들어가기 어려움을 당국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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