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2)복지병원의 부조리|문병집<중대사회개발대학원 부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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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보도에 의하면 서울시의 8개 시립병원이 부정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약품의 구입과정에서 증수뢰가 이루어 졌으며 그 액수는 지난 1년간에 약2천 만원이 된다는 것이다. 수뢰액수가 이렇게 되면 이로 인한 예산의 낭비는 그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지금 한푼의 예산이 아쉬운 지경이다. 그 중에서도 복지 비의 경우는 대단히 부족한 실정에 있다. 이러한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복지행정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복지병원의 경우도 예산의 부족으로 그 운영이 부실하여 소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서울시립병원 역시 예산이 부족하여 무료환자에게까지 약품 대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실정에 있다. 이러한 실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병원의 예산을 부당하게 축을 냇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우기 돈 없는 시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서 각출된 세금(복지기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축을 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작년도 서울시립병원의 환자진료 인원은 92만7천7백40명이고 그 중에서 무료환자는 63만6천2백명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만약에 이러한 부정이 없었다고 하면 더욱 많은 무료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 복지병원의 예산을 낭비한 자들은 단순한 재정의 손실을 가져온 책임보다도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만약에 이러한 부정으로 말미암아 구제될 수 있었던 인간생명이 희생되었다고 하면 이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에게는 돈보다도 생명이 더 소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물질만능의 사회풍조에 충만 되어 있다.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하루속히 모든 곳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중시되어져야 할 것이며 이렇게 될 때 우리가 바라는 복지사회는 보다 빠른 시일 안에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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