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유엔가입 미의 품위 있는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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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뉴요크=김영희 특파원】미국의 저명한 공산권 및 극동문제의 권위자인 「컬럼비아」대학의 「즈비그니에프·브르진스키」교수는 28일 중공의 「유엔」가입을 『미국의 품위 있는 패배』로 받아들이면서 환영했다. 지난 1년을 한국과 일본에서 보낸 「브르진스키」교수는 북한괴뢰가 중공의 「유엔」가입으로 이득을 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북괴가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혜택을 볼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유엔」에서 점수를 올려보려는 북괴의 노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브르진스키」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특=그저께 중공가입소식을 처음 듣고 기분이 어떠했는가?
브교수=놀라지 않았다. 지난 4개월 동안 나는 이것을 예기하고있었기 때문이다.
김특=일부에서는 미국의 이번 패배가 「닉슨」·주 회담에서, 특히 극동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는데?
브교수=동의한다. 그러나 이번 표결이 있기 수일 전에 TV회견을 가진 적이 있는데 그때 사회자가 이번 표결이 어떻게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느냐고 물어왔다.
그래서나는 미국이 근소한 표 차로 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
김특=중공의 「유엔」가입이 중공 안의 지도 체제에 어떤 도움을 줄 것 같은가?
브교수=중공의 「유엔」가입은 중공의 수뇌진 가운데 미국과 대화의 길을 마련하려고 했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다.
만약중공이 들어오지 못하면 미·중공의 화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대미접근정책으로 중공에 특별히 이로울 것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김특=중공의 「유엔」가입이 국제정치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브교수=나는 중공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엔」은 오랫동안 미국에 의해, 그리고 특히 최근에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지배됐음은 주목해야할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에 반대하는 많은 나라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까닭에 소련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중공의 가입으로 미국 지지국의 수는 줄지 않는 반면, 미국에 반대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소련을 지지하는 나라는 줄어들 전망이다. 왜냐하면 이제 그들은 소련과 중공 두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을 지지하는 나라는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공은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다.
김특=한국문제토의 장래와 「유엔」의 보편주의개념문제를 고려할 때 북괴는 중공의 「유엔」가입에서 어떤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브교수=북괴를 상당히 유리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공은 보편주의를 강력히 주장할 것이며 아마 다른 회원국의 추방도 꾀할 것이며 특정한 국가의 「유엔」가입을 방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행동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분단은 제2차대전의 부산물로 생긴 문제이며 이의해결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김특=「닉슨」·주 회담이 한국의 안보에 대한 동북아회의의 소집을 실현시킬는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있다. 한국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러한 회의가 가능하며 또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가?
브교수=나는 공산·비공산국가들이 대치하고 있는 「아시아」의 사태는 일반적으로 「유럽」에서의 사태의 진전을 반복하리라고 본다. 그러한 의미에서 「유럽」의 진전과정이 결국 「아시아」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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