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보쿰·루르 대학총장 한스·파일라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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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와 대학은 상호의존의 관계에 서야한다. 정치가는 대학의 연구결과를 실제에 응용해야 하고 그 재정을 책임져야 한다.』 서독 「보쿰·루르」대 총장 「한스·파일라르트」박사는 대학이 과거에는 사회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연구를 했으나 현대의 대학은 사회의 중요한 일부로서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연구와 교육·사회봉사 등 대학의 본질적 기능은 대학인에 의한 자율이 철저히 지켜져야만 효율적으로 다 할 수 있다』면서 「파일라르트」박사는 오늘날 대학에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정부가 대학의 자주성을 명백히 이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효율화는 건물의 규모나 학생의 수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하는 그는 『대학에 필요한 범위의 자유와 발전을 위한 가능성을 제공하지 않는 한 대학은 그 본래의 기능을 잃고 무의미한 학생의 배움에 그치고 만다. 그러한 대학이 배출한 학생은 과학적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고 못박는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자율성과 재정의 확보 문제 가운데 서독의 경우 대학의 재정은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대학인에 의한 자율적 대학운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대학의 문제라고 그는 말했다. 「보룸·루르」대의 경우 교수와 강사·학생·사무원이 각각 같은 비율의 인원으로 구성된 대학 대의원회가 있어 모든 결정을 여기서 하도록 되어있다. 『대학 내 문제의 결정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면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할 대학의 참여는 무의미해지고 대학의 본질적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파일라르트」총장은 대학의 자율성을 재삼 강조했다. 이번 대학 발전 계획 국제회의에서 「보룸·루르」대학의 발전 계획을 소개한 그는 69년 5월 서독 총 학장회의가 정부 당국에 제출했던 대학 자유보장 건의를 상기시켰다.
동 건의서는 마지막으로 『대학교육은 어떠한 지시명령에도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체성 없는 교수는 주체성 없는 학생밖에 길러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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