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데모」재연기세

최근 서울시내 대학가에는 학생「데모」가 재언 하기 시작했다. 대학가의 교련반대「데모」는 지난 학기부터 성행했었는데 이것이 하기방학으로 말미암아 일단 가라앉았다가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또다시 고개를 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데모」는 단순히 교련반대 「데모」가 아니라, 그와 아울러 부정부패 일소의 요구가 겹쳐 나오는 둥 학생들의 사회참여의식을 반영하고 있음이 그 특징이라 하겠다.
대저 우리사회에서는 대학생의 항의「데모」가 연례행사처럼 되어있기 때문에 불평불만을 실력행사로 노출시키려는 최근의 사회풍조를 상기할 때 대학가가 또다시 「데모」로 술렁거리게 되었다하여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장차 국가사회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면학에 주력해야 할 학생들이 그 본래의 자세를 포기하다 시피하고, 「데모」나 농성을 벌이게 되었다는데 우리사회정치풍토의 슬픈 현실이 있는 것이요, 대학생의 「데모」만능풍조는 그 동기나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사회적으로 불행한 사태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금차 대학생「데모」의 요구는「교련반대」와 「현실사회규탄」의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두 가지로 나누어 가지고 대책을 강구함이 마땅할 것이다. 첫째 교련반대요구인데 우리는 그 반대요구가 군사교련의 완전철폐로 비약하고, 또 투쟁방식이 실력행사로 대학에 파견되어 있는 현역군인 교관 단의 철수를 강요하게 되었다는 점을 중요시한다.
며칠전 서울대학교 모 대학에서는 항의학생들이 몰려가 교관 단의 학원외 철수를 요구했었는데, 교관 단은 일단 이를 받아들이고 몇 시간 동안 사무실 밖으로 철수했다가 되돌아온 사건이 생겨났었다.
서울대학교 교관단장은『현역군인이 학원에 간섭할 수 없으므로 일단 자리를 떴던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문교당국이 적절한 대책을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교관 단이 취한 인내 깊은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 왜 그런고 하니, 만약에 교관 단이 학생들의 철수요구에 격분하여, 실력으로 대결하게 되면 사태는 매우 험악해지고, 잘못하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이 생겨났을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사회에서는 대학생단체와 군이 최대의「비력 단체」로 등장하고 있음은 누구도 시인을 아끼지 못할 사실이다.
이 두개 압력단체, 즉 지적인 「엘리트」가 되기를 자처하는 대학생들과, 현재에 있어서 국가방위의 간성으로서의 역할을 지니고 있는 군인들이, 서로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충돌하게 된다며, 우리 국가의 불행은 그 이상 더 큰 것이 없다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련반대를 외치는 학생들과 상사의 명령으로 대학에 파견되어 근무중인 현역 군인들은 피차간에 제각기 주장이 다르다하더라도 각각 상대방입장을 존중하여 불행한 충돌사태가 생겨나지 않도록 각별한 자제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교련반대를 외치는 학생들은 그 요구가 어디까지나 교련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이지, 군 지휘계통의 합법적인 명령을 받고 학교교련실시라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역군인들에 대한 반대를 의미치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하고 도발적인 경거망동은 엄중 삼가야 한다. 그리고 문교당국도 교련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상태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반대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기본적인 해결책을 강구 실천토록 해야할 것이다.
다음 현실사회의 부조리를 규탄하고 시정하는 운동은 그 성질로 보아 대학생보다도 기성세대가 중심이 됨이 마땅하다. 대학생 가운데는 이미 성인연령에 달한 청년이 많으니, 대학생이라 하여 사회현실에 무관심해도 좋다는 논은 물론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부조리의 규명과 시정은 어디까지나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기성세대가 해야할 일이지, 대학생들이 일선에 뛰어나올 성질의 것은 아니다.
우리가 대학생들이 사회부조리를 규탄하겠다는 심정은 십분 이해하면서도 그것이 「데모」화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소이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위정자들은 사회부조리제거에 솔선하여 뚜렷한 성의를 보임으로써 대학생들이 사회현실규탄 「데모」를 벌이는 대의명분부터 없애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