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내무 해임 안의 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일 국회본회의는 오 내무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재석2백3명중 가1백7, 부90,무효 6표로 가결했다. 오 내무에 대한 해임안과 동시에 제출되었던 김 기획원장관 및 신 법무장관에 대한 해임 안은 각각 가결선 미달로 부결되었다. 이 3부 장관 해임 안은 신민당이 물가앙등·실미도 난동사건·사법파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 9월30일에 제출했던 것인데 박 공화당총재의 부결엄명에도 불구하고 오 내무의 경우, 공화당 안에서 최소한 22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와 해임결의안이 가결되었다고 하는 것은 정부·여당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 내무에 대한 해임건의안 통과는 국회가 여야를 초월해서, 그 권위를 높이고 『책임정치의 명맥을 유지』시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공화당소속 국회의원 중 상당한 수효가 당명을 어기면서 해임건의에 동조한 사실은 오 내무 자신에 대한 동료의원 개개인의 감정적 반발이 집약적으로 표현된 단순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고, 또 반대로 공화당 일부의원 가운데 엄존하는 하나의 파벌이 조직적인 반발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 중대한 안건에 대해서 의사표시를 하는데 당명과 양심의 틈바구니에 끼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구차스런 설명은 필요치 않는다. 이 틈바구니에서 헤어나는데 있어서 국회의원, 그 중에서도 특히 다수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명에 맹종하기만 한다고 하면 내각이나 흑은 개별장관의 책임을 물을 길이 없고, 결국 국회는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하여 삼권 분립 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당정치 하에서도 국회의원이 원내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양심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만일 이번 사태가 공화당 내 일부 파벌에 의한 조직적 반항을 뜻하는 것이라면 오 내무의 해임안 가결은 공화당이 앞으로 집권태세를 크게 정비·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단적으로 시준 하는 것이다.
김 기획·신 법무에 대한 해임안 표결에 있어서는 거의 이탈 표가 없이 부결되었는데 유독 오 내무 해임 안이 쉽게 가결된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이 공화당내의 4인 체제(반 김종필 체제)와 반4인체제사이의 반목과 과반 실시한 내무부인사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에 기인한다고 보는 설이 유력하다. 이 설이 과연 사실인가, 흑은 그렇지 아니한가를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러나 만약에 오 내무 해임에 대한 일부 여당의원의 동조가 단순히 오 내무 개인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고 당내 파쟁의 양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면, 이는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집권당에 대한 중대적 신호로서 엄중한 자가반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금년 총선 후 공화당이 재집권을 하게 되고 김 내각이 발족한지 겨우 4개월 밖에 경과치 않았는데 당내의 불화·반목으로 집권태세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고 하면 내외로 엄중한 이 시국에 있어서 어떻게 집권의 대임을 다 할 수 있겠는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자 오 내무는 사표를 내면서『우리 당도 정비해야 될 때가 왔다』라고 하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고 한다. 이와 같은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문제로 삼고 싶지 않다. 그러나 공화당소속 의원의 반란표가 많이 생겨났다는 사실자체가 공화당의 집권태세 정비. 강화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오 내무 해임안통과를 계기로 여당의원내 간부도 당내간부도 박 총재에게 일단 사표를 냈다고 하는데, 앞으로 박 총재가 어떻게 공화당을 정비하여 당내 파벌을 해소하고 일사불란한 집권태세를 갖추어 나가는가는 국민의 큰 관심을 자아낼 것이 분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