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부터 교회의 독립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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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직자들이 정치로부터 교회의 독립을 부르짖고 나섬으로써 30년대의 내란 이후 제정일치가 유지되어온 스페인에서는 새로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스페인의 가톨릭 신부와 목사들이 지난 16일 총회를 얼고 전통적 교회와 정부의 관계를 타파하고 인간의 자유와 사회 및 경제적 정의의 실현을 외치고 나선 것이다.
94명의 주교와 1백51명의 목사가 모인 이 회의에서는 53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들은 또 스페인 내란 기간의 성당의 잘못된 역할수행을 사죄할 때 가장 극적이었다. 그들은 이때의 성직자들이 저지른 죄과에 대해 결의문에서 『우리는 혈육끼리의 싸움에서 민족통합을 위한 성직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내란기간 교회는 프랑코 총통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던 것이다. 정치적으로 교회는 체제유지의 전위대 노릇을 했고 이는 나중에 법적 및 관습적으로 정치와 굳건한 유대를 갖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근년에 들어오면서 대 부분의 성직자들은 이 끈을 끊고 교회화의 자유를 요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번에 성직자들이 총회를 열고 교회의 독립을 결의문으로 표시한 것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이 모임의 주동 역할을 한 한 목사는 『오늘날 스페인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지은 스스로의 죄를 회개하여 신앙의 자유를 획득하고 사회정의의 실현에 앞장서는 일뿐이다』라고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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