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 질서 수난의 장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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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통화위기를 수습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지난 15, 16 양일간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10개국 재상회의는 16일 현 통화체제를 철저히 재검토하기 위한 실무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서 10개국 재무차관과 경제협력개발기획실무반은 ⓛ평가재조정 ②금가 ③통화의 변동폭확대 ④미국의 10% 수입부가세 등 네 가지 주요문제별로 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구체적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되었다.
10개국 재무상들은 그밖에도 오는 26일의 IMF총회 개막 전에 2차 회의를 가질 것에 합의했다고 하는데, 이들은 이 회의에서 실무반이 마련한 작업결과를 보고 받고 문제해결을 위한 타협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따라서 IMF총회 전에 있을 제2차 10개국 재상회의가 만족스런 타협점을 발견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앞으로의 통화체제 사태를 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해도 무방할 듯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명국입장으로 보아 국제통화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이번 10개국 재상회의에 앞서 13일 「브뤼셀」에서 열렸던 EC(「유럽」공동체)재무상회의는 미국에 대해 강경한 언조로 「달러」의 평가절하와 수입부가세 폐지를 요구했던 것이며 일본과 영국이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던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주요 강세통화국이 평가절상을 단행함으로써 미국에 협조해 줄 것을 기대했던 미국으로서는 EC제국과 일본의 자세가 가상 외로 강경한데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할 것이다.
반면, 미국도 10개국 재상회의에서 「달러」의 평가절하와 수입부가세 철폐를 거부했던 것이므로 국제통화질서의 만족스런 회복을 위한 타협점을 그리 쉽게 찾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할 것이다
문제를 이렇게 분석한다면 이번 10개 재상회의는 국제통화체제를 되도록 빨리 수습하는 것이 상호이익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원칙론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해결방향을 찾는데에는 일보도 전진하지 못 했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저마다 협상에 있어서의 유리한 고지를 확보키 위해 종래의 입장을 후퇴시키지 않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나, 문제는 미국의 책임을 미국 자신이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미국으로서는 「달러」에 대체하여 국제통화의 기능을 담당할 통화가 사실상 없다는 판단으로 그러한 고자세를 고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EC제국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여타 선진국의 희생만 강요하는 미국의 입장에는 이 이상 더 추종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이번에는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므로, 미국측의 양보가 없이는 이번 IMF총회에서 성과 있는 수습 안에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듯 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제경제 정세가 당분간 혼란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면, 국제무역의 신장률도 크게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서 국제자본협력관계도 지난날보다 부득불 크게 후퇴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도 앞으로의 정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불측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여유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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