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3)인술파문|이헌재(연세의대 신경외과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요즘 또다시 종합병원 「인턴」「레지던트」들이 요구조건 처리에 불만을 품고 사표파동을 벌여 소동이 일어났다. 보도기관들은 이것을 「인술살수」니 「인술열병」이니 해서 항시 「인술」이라는 올가미와 「수련의」라는 미명을 씌워 그들의 행동이 어질지(인)못하고 신분을 이탈한 양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사표가 한 병원의 기능을 마비시킬만하고 이것이 더욱 번져 전국적 국면에 이른다고 하면 우리 나라 의료계가 거의 마비상태에 빠질 것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들의 취업자세나 업무량은 전선에 비하면 최전방 용사와도 같은 것이다. 더우기 타계대학 졸업생들에 비하면 이들은 이미 대학에서 2개년의 수학을 더했고 졸업 후에도 5년간의 고초를 겪고 나서도 이에 대한 대접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해외이주나 여행마저도 남달리 억제를 당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이들은 이미 성년이다. 사회인들로서 가정을 이끌고 자녀의 교육마저 떠맡은 가장들이기 도 하다. 「수련의」라는 「명칭」만으로써 이것이 곧 학생신분과 통하고 무급조수의 옛 꿈을 연상케 하는 것은 그들의 실제역량을 이해치 못하는 일반 사회인들의 오해이며 세대의 차질을 깨닫지 못하는 선배들의 관습에서 오는 폐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들의 선배들은 마땅히 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풀어주고 6년제 대학졸업자격으로서 산출된 지위에 대해 응당의 보수를 확보케 하는데 노력할 의무가 있다. 끝으로 「인턴」「레지던트」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고의 아닌 제도상의 모순이나 억울한 것이 허다한 것인데 이것을 일조일석에 타파한다는 것은 어려운 노릇이며 개선에 따르는 최소한의 과도기적 희생을 감수할 아량을 가지고 먼 이상에 살고 여러분들의 후배에게 나아갈 길을 열어주도록 권고하고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