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였던 연출가 「그륀트겐스」를 추악하게 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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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칼스루에」에 있는 독일연방법정은 묘한 싸움의 판결을 내렸다. 대작가「토마스·만」의 아들「클라우스·만」의 소설『메피스토』가 한때 「클라우스·만」의 매부였던 연출 가겸 배우「구스타프·그륀트겐스」를 『심리적으로 암살했다고 볼 수 있느냐』라는 문제에 대한 판결이었다.「그륀트겐스」는「히틀러」집권 후「클라우스·만」이 망명했을 때 특권을 가진 감독관이 되었었고 1949년 자살했다.
『메피스토』는「회핑」이라는 연출가에 대한 얘기인데 이 작품을 읽으면 누구나「회핑」이「그륀트겐스」라는 실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회핑」의 행적은 추악하고 비열했다. 그러나 1945년「함부르크」극장 장이 된「그륀트겐스」는 그와 정치적 과거행적에 대해 비난받지 않았었다. 따라서「클라우스·만」의 소설에서「회핑」이란 인물의 설경은 사실 불공평할지도 모른다. 어떻든「그륀트겐스」의 양자는『메피스트』의 재판을 내지 못하도록 요구했다.
「칼스루에」법정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독일 내에서의 이 책의 판매를 금지했다. 이 판결에서 세 판사는 예술활동의 자유를 들어 이를 반대했었다.
『메피스트』는 사실상 훌륭한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떠들썩한 공판을 통해서 독일 독자들은「클라우스·만」을 제1급의 자서전 작가이며 수필가로 재발견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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