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의 사랑 내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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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꿀맛』이라는 원제목이 내용상 도색 적이라 하여 당국으로부터 개 제 권고를 받고『잃어버린 계절』로 둔갑한 작품. 김 수용 감독 밑에서 10년 가까이 조감독을 지낸 이원세 감독이 독립하여 만들어낸 첫 작품인데「템포」가 느려 다소 지리 한 감을 주지만 대체로 차분하게 다듬어진 수준 작이다.
결혼 1년만에 남편은 외국으로 돈벌이를 떠나고 3년 동안 고독을 짓씹던 아내는 마침내 간통을 한다…는 늘 상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 영화가 굳이 내세우려 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경우 간통의 필연성, 말하자면 간통의 합리화(?)가 아닌가 싶다.
전반부가 소라(문 희 분)와 떠돌이 사나이(신성일 분)의 되풀이되는 성애로「스토리」진전이 거의 없는데 비해 후반부에서는 얘기가 여러 차례 반전돼 일관성이 결여된 흠이 보인다.
고국으로 돌아오던 남편이 파선으로 죽고,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떠돌이 사내에게 보내고, 정신병원을 뛰쳐나온 작은아들은 사내를 죽이고….
이 영화에서 김 수용 감독의 냄새가 나는 것은 이 감독이 앞으로 문예물에서 재질을 보일 가능성을 말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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