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남-북 대좌 논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르·몽드 지>
50년서부터 3년간이나 계속되었던 치열한 전투, 끊일 새 없었던 비무장지대에서의 충돌, 후방교란 작전과 간첩활동 등으로 점철되었던 26년간의 적대관계 끝에 남-북은 이제 막 대화를 시작했다. 특히 남북한적십자사가「합의」에 이른 속도는 참으로 놀랄만한 것이었다.
8월12일 한국 측이 이산가족에 관한 문제협의를 제안한지 이틀만에 북한적십자사가 수락을 표시했고 구체적 방법을 다룬 대안을 내었으며 한국은 시간을 지체치 않고 즉각 찬성의 뜻을 표했다.
20일의 판문점대면은 단순한 예비적 접촉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들의 역할은 이산가족의 안부를 상호교환 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으므로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작업은 20년간 생사를 모른 채 지나고 있는 약 1천만명의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이 안부교환이 끝나면 서신의 자유 왕래를 막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요컨대 서로 상대방을 무시한 채 지내던 두 영역의 주민들은 차차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은 지난1년여를 통해 서울의 지도층에 평양과 대화를 하라고 종용해 왔다.「워싱턴」은 동시에 한국정부의 권위를 강화하려 애썼다. 즉 미군의 고위장성이 최근 판문점 휴전회담의「유엔」측 수석대표로 미8군의 대표 대신 한국군장교를 출석시키자는 안을 내놓았던 것이다.
양측간의 모든 종류의 교류를 하자는 북괴 측의 태도는 한국 측 제의를 즉각 수락하게 되었다. 북괴 측은 양측이 교류함으로써 그들의 산업발전, 토지개혁의 성공, 그리고 외 군이 주둔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들로 하여 민중의 환심을 사려고 희망하고 있다.
한편 한국정부는 외국과의 자유로운 접촉 외국으로부터의 광범한 외교적 지지- 이로 인해 이익을 보고 있지만- 를 자랑할 수 있다.
중공은 판문점의 군사정전위원회에 복귀하고「닉슨」- 주은래 회담에서 한국문제를 의제로 상정할 의도를 표명했다. 이리하여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한반도의 정세는 긴장이 완화되기 시작했다.「키신저」의 북 평 방문한달 후인 지금, 이와 같은 상황은 미국의 새「아시아」정책의 가장 두드러진 결과이고 또 사실은 가장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