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폭포<시 박남수 그림 안상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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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어느 태고의 샘터에
물줄기를 대고 있을까. 이 강은
속삭이듯 조용히 흐르고 있다.
절벽에서 가다듬고 떨어져
천길 물보라를 올리고
뫼마다 울리는 우렁찬 물소리.
떨어져 내리면, 강은 다시
속삭이듯 조용해 흐르고 있다.
조용한 시간의 물줄기 속에, 가끔
위기에서 가다듬고 떨어져
황금의 물보라를 올리고
생활의 협곡에 울리는 우렁찬 절규.
지금도 폭포가 떨어지는
엄청난 소리가 부지를 흔들고 있다.
혜화동 로터리쯤에
덕수궁 담장 뒤쯤에
무주구천동쯤에, 제주 서귀포쯤에
절벽에서 가다듬고 떨어져
만길의 물보라를 올리고
뫼마다 울리는 우렁찬 물소리
떨어져 내리면 시간은 다시
속삭이듯 덧없이 흐르고 간다. <제자·김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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