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가 터졌다, 사자가 살아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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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박한이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5-5로 맞선 8회 초 1사 2, 3루에서 2타점 결승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2승3패를 기록한 삼성은 홈구장 대구에서 역전우승을 노린다. [뉴시스]

사자군단이 반격에 나섰다. 삼성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승리하며 역전 우승의 희망을 살렸다. 우승팀은 6, 7차전이 열리는 대구에서 가려지게 됐다.

 삼성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5차전에서 베테랑 박한이(34)의 2타점 결승타에 힘입어 두산을 7-5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은 2승3패가 됐다. 숨죽였던 삼성의 방망이가 살아난 덕분이었다. 삼성은 4차전까지 7득점에 그치는 빈공에 시달렸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1할도 되지 않을 정도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외국인 선수를 바꿀 수 있다면 거포 타자를 데려오고 싶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결국 삼성은 5차전 들어 타순을 손질했다. 오른손 투수인 두산 선발 노경은 공략을 위해 3번으로 나서던 박석민을 6번으로 내리고 정형식·박한이·채태인·최형우·이승엽까지 1∼5번을 모두 왼손 타자로 채웠다.

 효과는 있었다. 채태인은 1회 2사 뒤 두산 선발 노경은으로부터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홈런 이후 후속타가 봇물같이 터졌다. 최형우·이승엽·박석민·김태완까지 5타자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점수는 3-0까지 벌어졌다. 3-1로 앞선 3회에는 최형우가 달아나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그러나 두산은 4회 1사 1, 2루에서 최준석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붙은 뒤 오재일이 2타점 2루타를 때리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삼성이 5회 1사 1, 3루에서 박석민의 적시타로 달아났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2회 솔로홈런을 친 최준석이 5회 자신의 두 번째 홈런을 쳐 다시 균형을 맞췄다.

 승부처인 8회, 박한이가 해결사로 나섰다. 삼성은 8회 초 대타 진갑용이 선두타자로 나와 정재훈으로부터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정병곤은 번트를 대는 척하다 강공으로 전환해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쳤다. 정형식이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주자는 1사 2, 3루. 박한이는 정재훈의 장기인 포크볼을 받아쳐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때렸다. 양팀 통틀어 진갑용과 함께 가장 많은 아홉 번의 KS에 나선 베테랑다운 타격이었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자 1루에 도착한 박한이는 손을 들어 포효했다.

 박한이는 1차전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손 중지를 다쳤다. 4차전까지 10타수 1안타에 그쳤다. 5차전에서도 네 타석 연속 범타로 물러났다. 그러나 “아프지만 참고 한다”던 박한이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의 한 방으로 5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김효경 기자

양팀 감독의 말

◆류중일 삼성 감독=“대구로 가겠다는 약속을 지켜 기쁘다. 선수들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빠른 볼 카운트에서 시도한 밀어치는 타격이 성공을 거뒀다. 8회 무사 1루에서 정병곤이 강공으로 가 안타를 친 것이 결정적이었다. ”

◆김진욱 두산 감독=“1회 초 3실점하고 바로 따라가는 것이 좋았다.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마음가짐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역전을 했다면 유희관을 (구원 투수로) 쓰려고 했는데 7차전까지 가는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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