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중앙시평

남북통일 해야 남남통일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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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 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지난해 여야는 모두 국민 대통합을 공약했다. 그러나 나라는 더 찢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대세력의 반감(反感)은 증오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제1야당 대변인이 대통령의 프로야구 시구(始球)까지 비난할 정도가 됐다. 프로야구위원회가 요청했고, 민주당 정권 대통령도 했던 건데도 공격한다. 난전(亂戰)이다. 검은 강물이 사회의 합리와 법치를 위협하고 있다.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에 있어 새누리당에겐 원죄가 있다. 1997년 대선 때 권영해 안기부장은 북풍 공작을 주도했다. 안기부는 국민세금으로 허위 폭로자를 매수해 김대중 후보를 공격했다. 권 부장은 5년 징역형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요즘 TV에서 국정원 개혁을 말한다. 기가 막히는 세상이다. 북풍 원죄가 있으므로 새누리당 정권은 지난해 정보기관 직원들을 엄하게 교육시켜야 했다. 언제나 과잉 충성하거나 실수를 저지르는 요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후보를 언급하는 댓글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하나든 백 개든 대선 개입 논란을 부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대선 불복’이라고 공격하는 것도 옳지 않다. 민주당의 공세가 지나치지만 대선 불복은 아니다. 불복은 박근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을 부정하면 그가 임명한 장관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할 수 없다. 민주당은 국감을 비롯해 의정활동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불복이 아니다.

 국가권력의 대선 개입에 있어 민주당에게도 치명적인 전과가 있다. 2002년 4월 민주당 설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로비스트 최규선에게서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허위였다. 대선 후 재판에서 설 의원은 충격적인 내막을 폭로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자료를 보내줬으며 자신은 그대로 읽은 것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인사가 연출이고 설 의원은 배우였던 것이다. 연출은 외국으로 갔고 배우는 징역 1년6월(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같은 민주당 정권의 청와대 비서관이 대선공작을 주도했는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가 사과하지 않는다고 공격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범죄를 저지른 건 전임정권이기 때문이다. 당시 민정비서관을 지휘한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지원 의원이다. 그런데도 박 의원과 설 의원은 TV에 나와 열심히 국정원 댓글 사건을 공격하고 있다. 심지어 설 의원은 대선 불복 얘기까지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기가 막히는 나라가 되고 있다.

 지금 검찰과 국정원은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검찰은 ‘조직적인 선거개입’이라고 주장한다. 국정원은 ‘일부 직원의 미미한 일탈’이라고 맞선다. 이렇게 중요한 대립이 있으면 사회는 차분히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대통령도 국회도 나서서는 안 된다. 더구나 그동안 야당은 대통령이 개별 사건에 언급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수사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지금은 대통령더러 시인과 사과를 하라고 한다. 이는 대통령더러 삼권분립을 어기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

 이 나라에서는 난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과 지역이 대립하고, 세력과 세력이 싸우며,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이다. 이런 혼전의 핵심적인 시발점은 이념이다. 남·북한의 건국과 발전을 어떻게 보고,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를 놓고, 공동체가 갈라져 있는 것이다. 결국 분단이 이념을 낳고 이념이 지역으로 연결되고 있다. 사정이 그러하니 북한이 존재하는 한 갈등의 가시넝쿨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남남통일을 위해서라도 남북통일을 서둘러야 한다. 자유민주 통일이 되어 북한이 없어지면 이념·지역 갈등도 많이 사라질 수 있다. 특히 진보세력은 북한이라는 이념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념 논란과 결별하면 진보는 민주와 민생이라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통일이 되면 국가 전체가 달라질 것이다. 남한의 시야는 한반도 전체로 넓어진다. 아니 중국 동북 3성을 넘어 지구의 중심 대륙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도 바뀔 것이다. 지금은 남한 5000만에게만 모든 에너지가 쏠려 있다. 5000만이 어떻게 잘 살고 그중에서도 특별히 어떤 세력이 얼마나 더 잘 살아야 하는지를 놓고 싸운다. 하지만 통일이 되면 모든 게 7500만의 문제로 바뀐다.

 지금 호남과 영남은 가지를 다투는 참새 같다. 통일이 되면 이 나라의 많은 지도자가 독수리가 될 것이다. 참새의 숲을 떠나 한반도라는 벼랑으로 날아오를 것이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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