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윤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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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의사는 의료행위에 있어 영리적 동기의 영?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의사는 부당한 보수를 받아서는 아니 된다』『의사는 의사의 품격을 훼손시키는 자기 선전 및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한의료협회가 제정한「의사의 윤리」의 10가지 ?약항목 중 영업행위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 이상의 3개 항목이다.
그러나 영업동기가 전혀 없는 의사가 어디 있겠으며 수당실적만을 꼭꼭 지키는 의사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여러 가지 형식으로 의사들은 자기PR 혹은 광고를 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의사의 윤리」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기회에 그것을 입으로 ?약해봄으로써 마음만으로 라도 지켜보려고 노력하겠다는 하나의 목표로 인정해 두는 것이 좋지 않을는지. 사실 외국에도 그러한 ?약항목을 지키는 의사는 거의 없다고 보아 틀림없을 것이다.
『요즈음 의사도 장사꾼 같이돼 버렸어』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심지어는『의사는 도둑놈이야』라는 사람까지 있다.
그런 소리를 들어 마땅할 정도로 심한 인사들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교통사고환자에게27시간동안에 84회나 주사를 놓는 한편 15장의 X선 사진을 찍은 의사 같은 사람은 열 번 도둑놈이라 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X선「필름」을 넣지 않고 사진을 찍은 의사가 적발된 일이 있고, 급한 환자를 인원보증금이 없다고 해서 쫓아 내버린 병원도 있었다. 좋은 약 하루치면 나을 병을 며칠씩 오라해서 주사다, 약이다 하는 의사도 꽤 있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들은 기껏 돈을 들여 차려놓은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가 오죽 없기에 그런 짓을 했는가 싶기도 하다.
명의이건 양의이건 그 절대요건은 의술이 좋고 의학지식이 풍부하여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의술이 좋고 의학지식이 풍부한 것만으로 명의와 양의가 되느냐하면 그렇지는 않다. 인품이 좋고 성실하고 상냥하고 부지런하고 환자의 심리를 통찰할 줄 알고 사회물정에 밝고 더 나아가서는 상술에도 조예가 깊은 등등 여러 가지 딴 요건을 갖춘 사람이 환자를 많이 끌고 명의니 양의니 하는 소리를 듣기가 일쑤다.
67년과 68년, 그리고 70년도 최고납세의사인 중앙병원장 김석환 박사를 예로 보자. 32년에 경성제국대학의학부를 졸업(제3회)하고 39년에 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45년에 경성대학교수가 됐으며 62년에 스스로 서울대부속병원 산부인과장자리를 내놓고 명예교수가 된 뒤 개업을 한 김 박사의 경력을 보면 의술이나 문학지식은 더 물어볼 여지도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김 박사는 2,3년마다 해외학회에 다녀오는 등 학구열이 높고 스스로는 환자에게보다 환자의 질병을 위해 충실하게 봉사한다지만 아주 친절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다가 환자를 자기 병원서 죽게 하느니보다 스스로가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환자를 대한다는 그 성실성이 오늘의 성공을 가져 왔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런가하면 흑자를 내는 유일의 도립병원인 인천도립병원장 김영언 박사는 병원경영도 회사경영과 마찬가지로 본다면서 경영학·인간관계 등을 공부하는 등 이만저만 정신을 쓰는 것이 아닌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평판되고 있다. 또 어떤 의사는 같은 약이라도 신경이 둔해 보이는 환자에겐 조금 더 쓰고, 예민하게 보이는 환자에겐 조금 덜 씀으로써 치료효과를 올려 환자를 모으고 있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엔 개업의들의 광고행위가 눈에 띄는데 어떤 의사는 환자심리를 교묘하게「캐치」하는 문귀를 몇 마디 넣어 크게 번창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의사회의 손춘호 회장은 올바른 상술이라면 배격할 것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종합병원에 환자를 뺏긴다고 비명만 올릴 것이 아니라 개업의들도 시설을 좋게 하고 환자에게「서비스」를 하며 실력을 높이는 등 노력을 더해야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업 또는 이전 시에나 하기로 돼있는 광고는 자숙해주기를 손 회장은 바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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