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구한 억측… 고령자 사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내무부는 요즈음 인사이동을 앞두고 50세 전후의 고급공무원으로부터 『참신한 후진을 양성한다』는 등의 구실로 사표를 받고있어 내무부본부 뿐만 아니라 각시 도에 이르는 지방관청이 몹시 술렁대고 있다. 내무부의 이같은 인사방침은 현행공무원 법이 규정한 신분보장에 위배된다고 반발을 사고있는 데다 사표를 던지고 나가는 상관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공무원들은 『영문을 알 수 없다』고 말하고있는 실정. 『이를 이용해서 법 이전에 고급공무원(3급 이상)의 정년을 사실상 50세까지로 양성화했다』는 등 공무원들 사이에 여러 가지 풍문과 억측을 자아내는 가운데 사퇴종용대상자의 폭은 점점 넓혀지고 있다.
5일 현재 내무부의 자진사퇴 권고에 따라 사표를 낸 고급공무원은 모두 10명에 이르고 있다.
충남기획관리실장 이완종씨(55) 경기보사국장 홍순항씨(51) 인천시장 전병탁씨(49) 속초시장 김경산씨(45) 청주시장 이준영씨(51) 충북건설국장 이학내씨(58) 청주시부시장 김원호씨(53) 서천군수 백룡기씨(57) 청원군수 정대준씨(55) 영동군수 임혁재씨(55)등이 『유능하고 참신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서』『건강상 자리를 지탱하지 못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내세워 사표를 냈다. 물론 해당 지방장관은 이들의 사표를 선뜻 수리하고 오랫동안 공직에 있었던 이들에게 재고의 여지도 남겨주지 않고 유능한 후임을 물색하기에 여념이 없다.
내무부의 이같은 조치가 『후진을 키운다』는 희미한 명분만으로 단행, 현행공무원법의 신분보장 조항에 금을 내고 있는 데다 자진사퇴권고를 받고있는 고급공무원에 대한 인사 폭이 밝혀지지는 않고 있는데 많은 공무원이 이에 안절부절 동요하는 요인이 도사려있다.
공무원법 74조는 5급 50세, 4급 55세, 3급 이상 61세로 정년연령을 명백히 못박고 있다. 또 68조는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해 휴직·강임(강임)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하며 ②공무원은 권고에 의한 사직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있다.
내무부는 몇 해 전 포항시장 대지부정불하사건에 관련, 검찰에 의해 구속됐던 전 경주 시장 배수강씨에 대해서는 직위만 해제했을 뿐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배씨에 대해서는 공무원법상 신분보장 조항이 적용되나 『지금 사퇴를 권고 받아 공직을 물러나는 많은 고급 공무원들은 또 뭐냐』는 뒷공론도 있다.
손수익 내무부 지방국장은 이에 대해 『50세 이상의 노령공무원들에게 무조건 사표를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전제하고는 『다만 유능한 후배를 위해 자리를 양보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털어놓아 내무부가 일부 노령공무원에게 사퇴를 종용한 사실을 간접으로 시인했다.
손 국장은 『일본의 경우 공무원에 정년이 없기 때문에 50세가 넘으면 먼저 의사를 타진, 공직에 남을 의사가 없는 공무원들을 정리하고 있다. 우리도 일본의 경우를 선용만 한다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번 조치의 기준을 설명한 듯도 했으나 현행 공무원법상 신분보장과 정년규정을 무시하는 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손 국장은 충남기획관리실장 이완종씨가 당뇨병을 앓고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데 일도 좋지만 몸을 돌보시지 않겠느냐』면서 사퇴를 권유했다고 설명, 실례를 들었다. 이씨는 『담배 값만 생기는 자리가 있으면 물러나겠다』고 말해 이같은 자리를 보장받기로 하고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이완종씨와 중풍을 앓고있는 경기보사국장 홍씨 등은 사표이유가 뚜렷해졌으나 전 인천시장, 김 속초시장 등은 50세 미만으로 사퇴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그 이면에 무엇이 있지 않나』라는 의문을 많은 공무원들이 품고있다. 충북의 경우 지난 4일 태종학 지사가 6명의 사표를 들고 내무부에 올라와 『이 청주 시장은 같은자리에 7년씩이나 있었고 마땅한 다른 자리가 없기 때문이며, 백 진천 군수는 아들과 사업을 하기 위해 스스로 사표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충북건설국장 이학내씨는 현재 집 한 칸 마련 못한 처지에 있어 이들의 사퇴이유에 『납득이 안 간다』는 일부공무원의 표정이다.
일부 공무원들간에 『후진을 위해…』라는 명분론 뒤에는 곧 ①서정쇄신이라든가 ②곧 계급정년에 밀려나는 총경급 36명을 구제하기 위해 ③또…라는 등의 실질적인 목적이 있지 않나 구구한 억측이 떠돌고도 있다. 사실 지방국 뿐만 아니라 현재 모 경찰국장이 모종의 이유로 사퇴 종용을 내무부로부터 받고있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
손 지방국장은 자퇴권고대상자의 폭에 관해 『1개 도에 2-3명 정도』라고 말해 전국적으로는30-40명 선으로 풍겼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표정들. 손 국장은 『충북이 6명이나 된 것은 5·16당시 다른 시·도가 20∼30%의 감원조치가 있는데 비해 충북은 단1명이 정리됐을 뿐으로 오랫동안 정체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했으나 『50명은 넘을 것이다』라는 등 빗발치는 풍문으로 내무부의 자진사퇴권고 파동은 뿌연 안개를 피우고 있다. <주섭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